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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Nov 02. 2021

굴러온 복 차기

세상에는 별난 사람들이 많다!

적극적인 사람, 유머 있는 사람, 박식한 사람...

그런데 가끔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지방에 있는 유명 외국계 기계부품회사(A)에서 품질관리 과, 차장급을 채용한다는 의뢰를 받고 몇 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그중 다행히 1명의 후보자(B)가 서류심사에 합격되어 면접을 보기로 했다.

지방대를 나온, 대위 출신인 B는 그는 기계 및 품질관리 기사 1급 자격을 가졌고, 영어 구사가 가능한 보기 드문 인재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는 회사의 지방 출장 업무로 인해 약 2주일 정도 시간을 낼 수 없어, 나는 A사에 양해를 구한 뒤 다른 후보자를 써치 하였으나 그보다 우수한 후보자를 발견하지 못해 다만 그가 출장 후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그가 복귀하는 시점에 A사에 전화를 했더니 아직도 유효하다며 그가 면접이 가능한지를 되물어 왔다.

이에 기쁜 마음에 B에게 전화하니 출퇴근 거리가 멀어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그는 집(인천) 가까이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합격이 되면 인근 수원(혹은 기흥)으로 이사 가서 차를 몰고 A사로 출퇴근할 것을 생각하니 엄두가 안나는 모양이었다.

그는 누구한테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수원으로 이사를 간다면 출근 시 1시간 3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나는 4~50분이면 충분하며, 조금 막히더라도 1시간 정도면 될 것이라고 설득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B에게 현재 국내 중견기업에 대리로 있지만, 이직 시 직급 상승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연봉이 최소 1,500~2,000만 원 인상될 것이며, 유명 외국계 회사라서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고, 능력에 따른 평가를 받을 수 있어 매우 좋은 기회라고 그에게 조언하였다.

그는 줄곧 출퇴근 시간이 신경이 쓰이는지 여간해서는 마음이 움직일 것 같지 않아, 통상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이 평균 4~50여분 걸리며, 1시간 반 혹은 2시간이 걸려도 일할 직장이 있으니 행복하다며 열심히 다니는 직장인도 상당히 많다고 얘기하였다.

다소 소심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그가 다시 출퇴근이 1시간 반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얘기를 꺼내니 과연 그가 A사에 입사할 마음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남들 같으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얼씨구"하면서 적극적으로 덤벼들 텐데 겨우 10~20분 통근 시간이 지연되는 것에 머뭇거리는 모습이 측은하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그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설득하기를 정확히 45분, 나는 헤드헌터로서 이렇게 휴대폰으로 오래 통화하기는 처음이었다.

더 이상 얘기를 해도 먹혀들어갈 것 같지 않아 나는 정말 통근시간이 그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전화하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즉시 A사 인사팀장에게 전화해서 수원시에서 A사까지 과연 어느 정도 걸리는지 물었는데, 그는 아침 러시아워 때는 약 1시간, 늦어도 1시간 10분이며, 통상적으로는 50분 정도 걸린다고 하였다.

이에 나는 힘을 얻고 다시 B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통보하였다.

그런데도 그는 망설이고 있어 나는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몇 시까지 연락 주지 않으면 면접 의사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최후통첩하였다.

예정된 약속시간이 지나도 더 이상 연락이 없어 나는 2주일여를 기다려준 A사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B가 면접을 포기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A사가 어디에 있는지 처음부터 알고 있으면서, 어렵게 서류심사를 거쳤고, 오랜 기간 기다려 준비한 A사와의 단독 면접에서 웬만하면 합격이 보장되는 것을 B는 왜 포기하는 것일까!

그는 정말로 "출퇴근 시간" 그 하나 때문에 모처럼 굴러온 복을 애써 발로 차는 것일까?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6. 9.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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