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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Nov 03. 2021

연초의 해프닝

연초의 일이다!

전도양양한 중견기업(A)에서 차장급 채용의뢰가 와서 우리는 수개월 동안 후보자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그 회사는 서울 인근 위성도시에 있고, 나이가 한정되어 있으며, 규모 있는 회사 출신 경력자를 원해 처음부터 후보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채용이었다.

우리는 몇 명의 후보자를 찾아 연락해 보았으나, 그들 모두 지역적인 문제로 불가능하였다.

그러다 보니 수개월의 시간이 흘러 나는 어느 날 A사에 아직도 채용이 유효한지 문의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괜찮은 후보자가 나왔는데, 그는 A사를 잘 알고 있었고, 다른 조건까지 거의 충족해 모처럼 흥분할 지경이었다.

드디어 그는 A사와 면접했는데 결과는 안타깝게도 불합격이었다.

A사는 업무 성격상 어느 정도 술을 할 줄 아는 후보자를 찾았는데, 그는 보리밭에도 못 가는 정도였다.

아쉬움을 달래고, 다시 후보자를 물색해보니 3개월간 실업상태에 있는 후보자 B가 나타났다.

물론 우리는 지금까지의 현황을 자세하게 B에게 주지 시켰고, 면접에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신신당부하였다.

결국 그는 2차례 면접을 통과한 후 드디어 합격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터진 것이다.

그는 A사의 정반대 쪽 경기도 인근 위성도시에 거주하고 있어 처음부터 출퇴근 거리로 고민했는데, 가족회의 끝에 이사를 가든지, 당분간 혼자서 방을 얻어 근무하든지 방안을 모색한다고 했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에서 A사까지 무려 자동차로 최소 2시간이 걸리는 것이 큰 걱정거리였던 것이다.

수개월간 집에서 쉬고 있었고, 경기도 안 좋아 마냥 놀다가는 나이가 차서 더욱 기회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그는 A사에 입사하겠다고 용단을 내렸던 것이다.

정식 입사는 1월 2일 시무식날 하기로 했다.

우리는 B에게 연말 연휴를 잘 보내고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일해 A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인재로 성장할 것을 조언하였다.

왜냐하면 무려 8개월 만에 선택한 인재이기 때문에 A사가 B에게 거는 기대는 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월 2일 아침 9시경에 A사 인사팀장으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시무식 때 B를 임직원에게 소개하려고 했는데 그가 회사에 도착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뿔싸!!

나는 즉시 B의 휴대폰 및 집에 수차례 전화를 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에 나는 아마 그가 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있을 것이라고 하며, 하루 기다려 보자고 인사팀장을 설득했다.

그렇지만 만약 병원에 있다 손 치더라도 중환자가 아니라면 전화를 해줘 A사에 양해를 구할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을 놓쳐버려 매우 아쉬웠다.

나는 다음날 오후 겨우 B와 통화할 수 있었다.

사연인 즉, 그는 2일 아침 9시 출근시간에 맞춰 집을 떠났는데 연초이고 거리 계산을 잘못해 9시 30분경 A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입사 첫날부터 지각한 것에 미안한 감정을 가져 아예 출근을 안한 것이다.

나는 그의 융통성 없는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다소 실수가 있는 것이며, 만일 그런 경우라면 미리 인사팀장에 전화를 걸어 첫날부터 늦어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면 될 것을 지레 겁을 먹고 입사를 포기한 것이다.

더불어 그는 아침에 출근해보니 2시간이나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아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일 그런 경우라면 미리 얘기를 해주면 A사는 다른 대책을 세우련만 서로 피해를 보게 했다.

그는 2차례 면접을 위해 왜 멀리 A사를 방문했으며, 입사하지 않을 거라면 시무식날 왜 그곳에 갔는가!

단단한 준비와 각오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그런 시간낭비를 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다.

세상에 혼자만 살지 않는다.

그의 입사 포기로 A사는 상당한 시간적인 손해를 보았고, 우리 또한 도의적인 피해를 입었다.

현명한 판단력, 결단력, 그리고 추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실감한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6.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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