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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Nov 03. 2021

뮤지컬 지킬과 하이드

얼마 전에 아내는 방학도 되고 해서 아이들 교육차 뮤지컬 "지킬과 하이드"를 보는 것이 어떠냐고 얘기하였다.

그 며칠 후 워낙 인기 있는 뮤지컬이라 인기 배우 조승우가 공연하는 날은 전혀 예약할 수 없어 아내는 서울대 성악가 출신인 류정한이 공연하는 날을 예약했다.

가족 모두 보는 것이 좋다고 하여 늦게 합류한 나를 위해 아내는 추가로 인터넷 예매를 했고, 우리 가족은 7시 30분 공연시간에 맞추기 위해 6시 15분경 집에서 출발하였다.

우리는 지하철을 이용해 광화문역에 도착했고, 나는 아내에게 시간을 벌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에 가서 미리 예매한 표를 끊으라고 했다.

그 사이에 나는 아이들과 인근 맥도널드에서 기다리며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2층 자리에 앉아 햄버거와 팔빙수를 먹으려는 찰나, 아내에게서 급히 전화가 왔는데 공연장소가 틀리다는 것이었다.

그 몇 분 후에 턱까지 숨이 차도록 뛰어온 아내는 처음에는 시간이 나서 세종문화회관을 빙글 돌았고, 정식으로 표를 끊으려고 했는데 어디에도 "지킬과 하이드" 포스터도 없었으며, 재차 확인해보니 남산에 있는 국립중앙극장이라는 것이었다.

오!  마이갓!

아내는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했을 때 공연장소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무슨 이유로 세종문화회관으로 기억하고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하였다.

나는 반도 채 먹지 않은 팥빙수를 훌훌 녹여 입속이 얼얼하도록 먹으며, "포기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국립극장을 가야 하는가" 하고 잠시 망설였다.

포기하면 표는 날아가고, 날아가면 아이들이 실망하고, 그렇다고 가자면 퇴근시간이라 시간이 많이 걸려서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할 텐데...

시계를 보니, 지금 7시 15분!

서둘러 맥도널드를 나온 후, 우리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탔다.

처음에 국립극장이 어디에 있냐고 되묻던 택시기사 아저씨의 운전 횡포 덕분에 다행히 우리는 무려 15분 만에 국립극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세종문화회관-- 시청 앞-- 소공동-- 신세계-- 명동-- 충무로-- 동국대-- 국립극장까지 수많은 차량을 요리조리 피하며, 간혹 차선(버스전용차선 이용)도 위반하며 7시 반경에 국립극장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광장을 가로질러 뛰며, 계단을 오르며, 표를 끊고, 화장실까지 다녀오니, 시계는 7시 35분을 가리켰다.

예쁘장한 아르바이트 여학생은 지금 노래를 하고 있으니, 끝나고 나서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다며 잠시 밖에서 우리를 대기시켰다.

처음 노래 2곡을 그냥 흘려보낸 후, 땀으로 범벅된 우리는 시원한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비록 조승우의 노래는 아니었으나, 성악가 출신인 주인공 류정한의 목소리는 우렁찼고, 때로는 감미로왔으며, 선과 악의 이중성을 혼자서 변신해가며 빠르게 연기하는 모습은 프로 그 자체였다.

지난번 예술의 전당에서 본 "맘마미아의 주인공 박해미"와 다른 차원의, 색다른 맛을 보여준 멋진 공연이었다.

다소 아쉬운 것은 깜박 잊고 집에서 망원경을 안 가져와, 그곳에서 3 배율 망원경을 빌렸는데 그것도 초점이 안 맞아 애를 먹인 것뿐이었다.

빠른 판단과 행동으로 도착했기에 망정이지, 몇 곡을 더 놓쳤거나, 아니면 포기했으면 후회했을 공연이었다.

국립극장을 나오며, 아내는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평생 기억에 남을 좋은 교훈이었다고 푸념하였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왜 나는 갑자기 이런 글귀가 생각나는 것일까!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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