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크게 성장하고 있는 외국투자기업(A)에서 세일즈 엔지니어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후보자 추천에 들어갔다.
참고로 A사는 우리가 거래해 온 3년 동안 거의 2배 규모로 매출이 커가고 있지만, 그만큼 인재 채용이 따라주지 않아 인사담당자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데 혈안이 되어있고, 우리 또한 촉각을 세우며 수시로 A사 인사팀과 보조를 맞추며 열심히 써치 하였다.
하지만 A사가 찾고 있는 채용조건이 대체로 까다로워서, 지명도 있는 세계적인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추천할 수 없어 무척 신경이 쓰였다.
그러던 중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B를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비록 수도권 인근에 있는 공장에서 근무했지만, 영어 어학연수를 다녀와 세일즈 엔지니어로서 가능성이 엿보였고, 더구나 전공이 딱 맞아 기대가 컸다.
드디어 현업부서 및 인사팀과 1차 면접, 그리고 임원진과의 2차 면접을 통과하여 일사천리로 빨리 진행되었다.
최종 합격통보를 받은 B는 A사 인사팀과 연봉협상을 하였는데 그는 기대치보다 낮은 연봉 조건에 크게 실망하며, 이미 타사에 동시 합격이 되어 있으므로 조건이 좋은 그 회사로 가겠다고 배짱을 튀겼다.
이에 나는 A사의 연봉체계를 자세히 설명하며, 헤드헌터로서 어렵게 추천한 B 설득작전에 들어갔다.
후보자 B는 공장에만 줄곧 근무하여 전혀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잠재 가능성을 보고 영업직으로 추천했고, 엔지니어로서 영어가 부족하여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해외 어학연수까지 다녀온 이유는 A사 같은 외국투자기업에 들어가려는 것이 아녔는가 하며 휴대폰으로 30분씩이나 통화하며 그를 설득했다.
그러나 웬만한 국내 회사까지 연봉제를 실시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확정 연봉이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낮은 기본급에 인센티브로 400~ 500% 추가하는 것은 불확실하다며 기본급을 높여줄 것을 제안해왔다.
이는 회사 실적이 좋지 않아 만일 200~ 300% 인센티브를 받을 때, 과거 회사보다도 적게 받을 우려가 있고, 이 경우 한집안의 가장으로서 계획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푸념하는 것이었다.
그는 A사를 포기하고, 동시에 합격한 타사를 가겠다고 재차 엄포를 놓았다.
2차례 면접을 통과하여 최종 합격한 B를 놓치면 처음부터 그에 걸맞은 후보자를 다시 추천해야 하는데 지금에 와서 포기하면 안 되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를 입사시켜야 했다.
다음날 A사 인사차장에게 B의 입장을 정리하며 기본급을 높여줄 수 있는지 여부를 문의했고, 그는 상무님과 협의한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이틀 후, A사 인사차장은 그만한 사람 구하기도 어려워 고심 끝에 편법을 강구해 그에게 기본급 200만 원을 추가로 올려주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하였다.
30대 중반의 간부급으로서 인상분 200만 원은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의 연봉 수천만 원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며, A사에서 세일즈 엔지니어로서 전혀 검증되지 않는 그를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본급을 인상해주지 않았다면 그는 과감히 타사에 갔을까!
아무튼 B의 황소고집으로 이루어낸 승리로 그는 조만간 A사에 입사할 것이다.
헤드헌터로서 나는 그가 이번 며칠간의 연봉협상 줄다리기는 모두 잊고, 그 고집만큼 최선을 다해 A사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6. 07.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