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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Nov 03. 2021

3개월간의 면접

작년 11월 말경 미국계 다국적 기업(A)에서 회계부장을 추천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다음 날 A사에서 국내 유명 써치펌(고급인력 직업소개소)인 S사, 그리고 과거 A사 인사부장 출신이 운영하는 B사, 그리고 우리 인포 브레인(후에 싱크탱크로 사명 변경)은 3사는 A사 인사담당자의 소개로 상견례를 한 후, 채용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리는 수년 전부터 A사와 거래해 왔는데, 그동안 주로 대리, 과장급을 추천했으며, 이번 회계부장 같은 비중 있는 중견간부 채용 주문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그 채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른 무엇보다도 신경을 써가며 후보자 써치에 들어갔다.

40세 정도의 부장급으로 영어가 유창해야 하나, 미국 유학파, 특히 유명 IT 관련 외투기업 출신 경력자이었으면 좋겠다는 특별우대사항은 결코 쉽지 않은 채용조건이었다.

며칠 후 우리는 2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A사에서는 그중 C를 선택했고, 면접 일정을 알려주었다.

두 차례 임원 면접에 무사히(?) 통과한 C는 드디어 미국 현지 보스와 1시간에 걸친 국제전화 인터뷰를 마친 후 최종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우리가 추천한 C는 미국 대학 출신자이지만, 회계 전공이 아니어서 불합격되었고, A사는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재추천 의뢰를 해왔다.

한 달간의 고생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A사 인사담당자는 그동안 참여했던 써치펌 3사 중에 S사는 성의가 없어 제외했고, B사와 인포 브레인만을 이번 회계부장 채용 써치펌으로 선정하여 재추천을 의뢰하였다고 호의를 베풀었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어수선한 연말 분위기를 타며 A사의 채용조건 메 맞는 인재 써치에 12월 말을 보냈고, 드디어 1월 초 애타게 찾고 있던 후보자(D)가 나타났다.

그는 AICPA(미국 공인회계사), CFA(국제재무분석사) 자격증으로 무장되었고, 미국 유명대학에서 회계학 전공, 누구나 알만한 유명 다국적 IT기업에서 회계 차장 근무 등 정말 나무랄 곳이 없는 복덩어리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

D는 지난 12월 우리가 추천한 후보자 C보다 여러 가지로 월등하였고, A사가 요구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보기 드문 인재여서 흥분되었다.

다만, 그는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어렸고, A사와 비교하여 현 직장에서 받는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D는 연봉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일에 우선을 둔다고 하였고, 다만 구정 설날(2월 19일)까지는 최종 결과를 확인 바라고 있어 그전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하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는 현 직장에서 타 부서로 내정되어 있으나 가고 싶지 않아, 조건을 낮춰가면서 A사에 합격되기를 바라는 입장이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후보자 D는 A사의 CFO, 부사장 등과 두 차례 면접을 보았고, 드디어 미국 보스(D의 보고라인, 상관)의 최종 인터뷰 일정만이 남았다.

그런데 워낙 바쁜 미국 보스는 휴가, 출장 등으로 수주일 시간을 보냈고, 애가 탄 D는 미국 보스와 국제전화 인터뷰 시 A사에 입사하려는 이유 및 과거 경력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입사 희망 의지를 밝혔다.

그 며칠이 지났지만, 미국 보스와의 인터뷰 결과가 안 나와 우리는 A사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단지 기다리라는 통보만을 받았다고 하였다.

1주일, 2주일... 시간이 초조하게 지나갔다.

얼마 후, A사에 다시 전화하니 서치펌 C사에서 추천한 어느 후보자가 바빠 과거에 면접을 못 보았는데,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드디어 면접을 보고 있다고 하여 우리는 면접 결과가 늦어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고, 우리는 늦게 시작한 다른 후보자의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말하자면, 애초 바빠서 면접을 포기했던 후보자가 재등장해서 그동안 순탄대로를 달리던 D로서는 라이벌을 만난 셈이었다.

그렇지만, D만 한 실력자가 없어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우리는 D를 설득하며 조금만 더 기다리도록 하였다.

그러다 보니, 구정명 절도 지났고, 노심초사한 D에게 전화를 해보니 그는 최초 예정된 일정이 이미 지나가버려 거의 자포자기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지만, 한가닥 희망을 갖고 A사에 또 전화해보니, 결국에는 B사가 추천한 후보자가 합격되었다고 하며,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아쉽게 되었다고 위로의 말을 전해 왔다.

아뿔싸!!

A사로서도 D는 놓치고 싶지 않은 매우 우수한 인재였다고 얘기하나, 그의 부하직원이 되는 회계과장과 나이가 같아 조직상 보기가 좋지 않아 차선책으로 다른 후보자를 선택했다고 하였다.

이럴 경우가 생길 것 같아, 나는 A사측에 20대의 어린 나이에 임원이 된 SK 텔레콤 윤송이 상무(미국 MIT대학 박사)의 예를 언급하며, 실력에 따라 평가받는 그런 채용이 되기를 수차례 요구했던 것이다.

무려 3개월에 걸친 회계부장 채용 건은 이것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국내에 있는 다국적 기업도 한국 실정에 맞춰 인재를 뽑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능력이 있어 남보다 너무 빨리 진급해도 안되고, 너무 늦어도 곤란한 것이 직장생활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7. 0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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