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진풍경

by 이규선


왜 결혼식이 토요일 오후 4시 50분일까!


코로나 때문에 또 늦출 수 없어 어렵게 잡은 것이 그 시간뿐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결혼식 등 단체모임은 축의금을 보내며 거의 참석하지 않았는데, 지난달에 이어서 조카딸 결혼식에 갔다.


이번에는 코로나 방역 2.5단계로 강화되어 양가 50명이 최대라, 나는 친척 카톡 대화방(30명)의 방장으로서, 선택받은 둘째 집안의 대표로 사촌 형 두 분과 함께 참석했다.


세련되게 꾸민 넓은 홀 안에 둥근 테이블 1/3은 비어있었고, 5~6명이 앉을 좌석도 단지 3명이 앉아 옆사람과 떨어져 대화가 안될 정도였다.


결혼식은 사회자의 유머 있고, 낭랑한 목소리로 시작했다.


신랑이 씩씩하게 입장했고, 어여쁜 신부가 S자로 구부러진 계단을 내려와 아빠의 손을 잡고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 위를 천천히 들어갔고, 이윽고 혼인선언문이 낭독되었다.


입구에서 출입증을 받은 한정된 인원만 들어온 결혼식은 마치 가족처럼 색다르고 다양한 이벤트로 꾸몄다.


과거 고리타분한 주례사가 식상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신랑 아버지가 신혼부부에게 몇 가지 삶의 지표를 언급한 후에 잘 살아라! 하면서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고, 사촌동생인 신부 아버지는 간단하게 축하 메시지를 전한 후에 두 팔을 올리며 '만세삼창'을 하여 좌중을 웃겼다.


그리고 ''낳아주시고, 사랑으로 길러주셔서 고맙다''는 표시로 신랑, 신부가 각자의 아버지께 감사패를 드리는 증정식이 있었다.


예식을 마칠 즈음, 사회자는 신부에게 신랑의 좋은 점 하나를 얘기하라고 하니, ''잘 생겼다! ''라고 선뜻 대답하였다.


이어서 신랑에게는 신부의 좋은 점 10개를 얘기하라고 하니 ''예뻐요! 귀여워요! 아름다워요! 등 몇 개를 속사포처럼 언급하더니 잘 생각이 나지 않는 듯 멈춘 후에 신부를 쳐다보니 그녀가 신랑 귀에 속삭이며 추가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날 결혼식의 압권은 단체 사진 촬영에 있었다.


지난달 결혼식에는 신랑, 신부의 친구들 수십 명이 단체로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그때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중동지역 여자들이 히잡의 종류인 니캅을 쓴 것처럼 가까이 봐도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를 텐데 수십 년 지나서 눈만 살짝 보이는 그 얼굴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지 실 웃음이 나왔다.


내 어릴 적에 양가 합계 100명 가까이 가족과 친척이 단체로 사진을 찍었을 때, 맨 앞줄에 아이들이 나란히 서 있고, 뒷줄에는 제법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어른과 백발의 노인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빼곡히 서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가 합쳐도 30~40명이 안되어 친가족이 아닌, 나와 두 분 형님까지 자리를 메워야 했다.


과거 그 많던 아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데, 출입문 근처 유모차에 누워있던 아기를 누군가 안고 올라왔다.


아기는 신랑과 신부가 부둥켜안았고, 즉시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연인 즉, 조카딸은 올초에 결혼하려고 했으나 코로나로 취소했고, 그 후에 아기가 태어나 내년으로 결혼식을 마냥 미룰 수 없었던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부모님의 결혼식 사진을 볼 때, ''내가 가족인데 왜 그 자리에 없었나? '' 하고 의아했던 철부지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아빠와 엄마의 따뜻한 품에 안겨 함께 사진을 찍었던 그 아기가 커서 부모님의 결혼식 사진을 보고


맨 뒷줄 오른쪽 두 번째에 서서

검은 양복을 입고

하얀 마스크 위에

까만 테 안경을 쓴

흑발의 할아버지인,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아마 그 애의 부모인 조카딸과 사위도 모를 것이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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