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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들에 핀 꽃들은 어디로 가나

엊그제  KBS 가요무대에서 '사랑의 계절'이라는 주제로 가수들이 노래했는데, 원로가수 박재란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럭키모닝과 행복의 샘터"라는 노래를 경쾌하게 부르며 첫 무대를 장식했다.


그리고 김동건 아나운서가 인사말을 했는데, 갑자기 그들의 나이가 궁금해 찾아보니 박재란은 84세, 김동건은 83세였다.


와우!  내가 어릴 때 육십을 넘으면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는데, 그분들은 우스갯소리로 할아버지, 할망구에 '증조'를 붙여도 충분한데 "내 나이가 어때서"를 내세우며 청춘 인양 활동해 놀랄 뿐이다.


특히 박재란은 1960년대 '원조 꾀꼬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산 너머 남촌에는' 등의 곡을 내며 사랑을 받았고, 얼굴도 예뻐 영화  '천생연분' 등에 출연하면서 배우로도 이름을 알렸다.


젊은 시절의 발랄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분을 볼 때마다 세월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든다.


그리고 출연한 다른 가수들도 살펴보니, 윤항기(79세), 김연자(63세), 이은하(61세), 정수라(59세),  문희옥(53세) 등 신인가수를 2~3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50대 이상이었다.


말하자면, 이번 가요무대는 나이를 잊은 히트곡의 열창이었다.


옛날에는 기대수명이 짧아 환갑잔치를 했지만, 어느덧 칠순은 건너뛰고, 팔순잔치도 조촐하게 하는데, 과거 '장년'으로 불렸던 50~60대가 지금은 '중년'이 되어 '인생의 황금기'라는 생각이 든다.


"수고가 많았네 그려.

산을 오르다 보면 너무 힘이 들어

예서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그러고 보니 없네.

시골 무지렁이의 깡으로 버틴 듯 하오.


그대의 생각이 바로 보통 사람들이 갖는 생각인데

끝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한 것에 박수를 보내오.

나도 오래전 학창 시절에 소요산을 오른 적이 있는데

쉬운 곳이 아니라는 기억이 있을 뿐,

다시 한번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은 간절한데

차후에 동행이 되어주려나?


내려오는 길에 막걸리와 묵사발은 내가 사겠네.

요즘 매주 보내주는 글이 이젠 다음회 연속극을 기다리듯이

기대감으로 기다려지네.

나도 5년 후엔 은퇴하고 아내와 한국을 방문하여

한 달가량 고국산천을 렌터카를 타고 유람할 생각이네.

그때를 기약하며 체력을 잘 관리하도록 하겠네."


내가 지난 토요일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을 올랐을 때 느낌을 적어 미국에 있는 사촌 형에게 보냈는데, 어제 그에게서 받은 답글이다.


이에 "나도 그때가 기다려진다"며 빨리 보고 싶다고 회신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시간이 유수처럼 흘러 노년의 문턱에서 만나는 것이라 가슴이 아렸다.


나는 개구쟁이 시절 방학 때마다 지금 분당 정자동(정 잣 말)에 있는 형네 집에서 뛰어놀았고, 꿈 많던 대학시절에도, 그리고 20년 전에 미국 LA에 6개월가량 머물었을 때 신세를 진 것까지 형과 잊지 못할 추억들이 많다.


그 후 한국과 미국을 서로 오가며 정을 쌓았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올 스톱되어 이렇게 SNS로 연락하고 있어 안타깝다.


한때 예쁘고 싱그러웠던 숙녀였고, 인기 정상의 가수였던 박재란의 모습을 TV에서 보고, 또 35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촌 형을 그리니, 오늘따라 학창 시절에 즐겨 들었던 "들에 핀 꽃들은 어디로 가나" 노래(번안가요)가 생각난다.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The Kingston Trio, Lyrics)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long time passing?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long time ago?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Young girls have picked them everyone.

Oh, when will they ever learn? Oh, when will they ever learn?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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