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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2박 3일 가족여행


''와우!  정말 멋있어요!''


처음 출렁다리에 오른 큰애는 망사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바닥을 보고 잠깐 긴장한 듯하더니, 남들 다하는 것을 보고 이내 강심장이 되어 소리쳤다.


그러더니 흔들거리는 다리 위에서 마치 모델처럼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 가족 당일치기 여행은 1년에 몇 번 있지만, 이런 2박 3일 여행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소금산 출렁다리로 올라가는 578개 계단은 무릎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는 무리지만, 계획적으로 잘 조성된 관광지여서 꼭 한 번이라도 가보기를 추천한다.


경기도 감악산과 파주 마장 호수의 출렁다리는  서울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그다지 계단이 많지 않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이 찾고 있다.


그러나 소금산 출렁다리는 젊은이도 오르다가 한두 번 쉴 정도이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지만, 내가 가본 다른 2곳 출렁다리 보다 확실히 절경이었고, 카페 등 편의시설을 세련되게 꾸며놓아 보기에 좋았다.


더구나 간현유원지 하천 옆 넓은 둑길에 활짝 핀 코스모스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이었다.


우리는 원주 중앙시장의 '신혼부부'라는 식당에서 줄을 선 후에 가성비 좋게 식사를 한 후에, 바로 건너편에 있는 미로 예술시장으로 들어갔다.


수개월 전에 우연히 TV에서 본 어머니 칼국수집은 방송인 백종원 씨가 방문한 후에 이름을 날리고 있었고, 미로 같은 색다른 공간마다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꾸민 아담한 가게들은 앉을자리가 없었다.


차로 40여 분 만에 도착한, 횡성에 있는 청태산 자연휴양림은 가을 분위기를 흠뻑 자아내었는데, 수풀 사이에 지그재그로 만든 데크 위를 걷는 재미가 쏠쏠했고, 곳곳에 통나무로 만든 휴게실에서 자연을 호흡하며 마냥 쉬고 싶었다.


저녁은 숙소에서 가장 가깝고, 나름 소비자 평가도 우수한 횡성한우집인 '통나무집'에서 했다.


가만히 생각하니, 춘천에 있는 닭갈비집, 헌인릉 고깃집, 그리고 이곳 모두 이름이 '통나무집' 아닌가!


춘천과 헌인릉 모두 유명하고, 특색이 있어 좋았는데, 이곳도 한우 명소인 횡성이라 그런지 등심에 육즙이 많아 입에 살살 녹아 맛있다고 아내는 엄지 척을 하였다.


~~~


아침 일찍 서둘러 활공장이 있는 단양 봉우 산으로 차를 몰았다.


10여 분간 좁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가 살짝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수백 미터 낭떠러지여서 등골이 오싹했다.


난생처음으로 우리 부부는 그동안 수 없이 눈으로만 보았던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을 나는 새가 되었고, 아름다운 단양을 배경으로 평생 잊지 못할 작품사진을 찍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패러 글 라이딩하며 7~8분 정도 짧게 하늘을 날았지만,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버킷리스트를 달성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컸다.


또한 방송에 소개되어 유명한 '산 카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10여 개 패러글라이더들이 파란 하늘에 울긋불긋 수를 놓아 그림 같았고, 편한 의자에 기대앉아 빵과 커피를 즐기며 그것을 바라보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만천하 스카이워크로 가는 길은 외길이어서  양방향으로 50미터 정도 교통을 통제해 인근에 차를 주차한 후에 단양 잔도로 갔다.


수십 미터 남한강 절벽 위에, 길게 구부러진 아름다운 데크를 유유자적하니 신선놀음이었고, 이것을 만든 분들은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하니 감사의 마음뿐이었다.


20여분 강을 따라 구불구불 잔도를 걸으니 아까 차량을 통제해 못 들어간, 만천하 스카이워크와 짚라인 매표소가 보였고,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 40분간의 잔도 걷기를 마쳤다.


간단하게 요기했지만, 시계를 보니 벌써 3시여서 늦은 점심을 하러 단양읍내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찾은 막국수집은 토요일이라서 또 브레이크 타임(3시~6시)이라 문이 닫혀, 도로를 왕복하다 보니 산꼭대기에 여치집같이 생긴 만천하 스카이워크를 4번이나 봤다.


단양 구경시장을 구경한 후에 우리는 다시 봉우 산 중턱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어둑어둑해지니 산 카페에서, 또 패러글라이딩을 즐겼던 사람들이 탄 자동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려와, 몇 분을 기다린 끝에 전망 좋은 펜션에 짐을 풀었다.


과거 화전민이 살던 넓은 평지에 펜션을 운영하는 중년부부에게 겨울에 눈이 오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그때는 온 동네 사람들이 제설작업을 하고, 손님도 거의 없어 몇 개 방만 가동한다고 하였다.


언제 보았던가!


칠흑 같은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제각기 자리를 차지하였고, 언제든지 지켜줄 것처럼 빛을 발하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더구나 해발 600미터 깊은 산속에 있는 펜션 앞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담소하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사슴 시인으로 유명한  노천명’의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시가 생각난다.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엔 박 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심고. 들장미로 울타리 엮어 마당엔 하늘을 디려 놓고 밤이면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는 마을 녹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행복하겠소 “


노천명의 시구대로 산골에서 살지는 않지만, 가끔 일상에서 일탈하여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얘기하며, 노래하고 싶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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