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사무실 바로 아래층에서 시끄럽게 공사하여 전화도 못 받을 정도다.
사건은 이러했다.
지난 주초에 갑자기 비상벨이 울려 관리사무소에서 점검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 상황이라고 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창밖을 내려다보니 수십 명이 우리 건물을 쳐다보았다.
화재가 난 곳은 6층이라고 하길래, 바로 아래층을 이리저리 둘러봐도 불이 나거나, 그렇다고 연기가 나는 곳을 보지 못했다.
계속 비상벨이 울려 많은 사람들과 계단으로 내려가다가, 또 궁금해서 6층에 들려 복도를 보아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더구나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와 구급차가 즉시 왔어야 했는데, 비상벨 소리를 들은 지 5분이 지났지만 한대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나는 직원들과 밖에서 잠시 햇볕을 쬐다가 상황이 해제되었다고 하여 사무실로 되돌아왔다.
확인해 보니, 오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연기가 감지되었고, 민첩하게 처리하여 즉시 소화되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바로 위 7층 내 사무실까지 화재로 큰일이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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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의 일이다.
서치펌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강남역 인근
내 사무실 바로 앞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그 당시 채용 건이 많아, 공휴일인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만 열면 보이는 바로 앞 사무실 방화문 아래 틈에서 연기가 하얗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문을 두드려보니 그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즉시 119에 화재신고를 했다.
혹시나 해서 중요한 물건만 급히 챙기고 길 건너 커피숍에 있는데 3~4분도 안되어 앵앵거리며 소방차 2대가 왔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출동한 것이다.
20분 정도 지나 소방차는 철수했고, 사무실에 올라가니 복도는 온통 물 바닥이 되었다.
다음 날 앞 사무실 직원에게 물으니, 휴지통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그냥 퇴근했는데 그것이 발화되었다고 한다.
그 회사는 30대 젊은 직원 3명이 조경사업을 했는데, 회사명은 '초토화'였다.
풀초,흙토,꽃화이니 조경회사에 딱 어울리고, 외우기 쉬워 이름을 잘 지었다고 얘기했는데, 안타깝게도 초토화(焦土化)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회사명은 다른 의미도 있어 썩 잘 지은 이름이 아니었다.
나는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초토화 직원들이 생각나는데,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지내고 있을까?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