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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껌 이야기

얼마 전에 식사를 함께 했던 친구가 나에게 껌을 주었다.


껌이라!


과거에는 TV에 껌 광고가 많아 CM송을 따라 부르기도 했는데, 요즘 껌 씹을 일이 거의 없어 새삼스러웠다.


30여년 전의 군대시절이 생각난다. 


군동기 S가 종종 군부대 인근 구멍가게에서 껌을 1~2통을 산 후에 동기들 혹은 부하들에게 1개씩 나눠주면, 그들 대부분은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그는 저비용으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이미 파악했던 것이다. 


나는 군시절에 겪은 껌에 대해 평생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있다. 


어느 날 위생병이 나에게 “이중위님! 껌 드시지요?” 하면서 노란색 종이에 싸인 롯데껌을 1개 주고는, 두세발짝 떨어져서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무심코 그것을 입에 물고는 ‘헥’ 하고 내뱉어 버렸다! 


껌 위에 입에 쓴 하얀 가루약을 발라 놓은 것이었다. 


나는 즉시 “김하사! 이리와! 소리치면, 녀석은 멀찌감치 줄행랑을 쳐서 나를 놀렸다. 


녀석은 부대 유일한 위생병이고 인간적이어서 그런지 그런 장난이 밉지 않았다.


그 후 그 사건(?)을 잊을만 할 때였다. 


녀석은 내 BOQ(장교숙소)로 귤을 몇 개 가져 오더니, 그 중 한 개를 먹으라고 건네 주었다. 


나는 "어디서 이런 귤을 가져왔냐?"고 미소지으면서, 귤을 까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사! 

그 귤도 써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녀석은 벌써 도망갔고, 나는 그를 닭좇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로 “김하사! 너 이녀석! 어디 두고 보자!” 


나는 웃으면서 그렇게 소리 칠 수 밖에 없었다. 


녀석은 그 쓴 약가루를 이번에는 액체로 만들어, 주사기로 귤속에 집어넣은 것이었다. 


그 후 한동안 나는 누가 주는 껌이나 귤 등을 일단 의심하고 먹었던 아픈(?)추억이 있다. 


요즈음 때때로 그런 재미있던 군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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