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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아직 우리는 청춘


오늘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팔당역 인근 별장에서 전 직장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은 가까이는 잠실, 분당과 일산에서 그리고 미국 뉴욕으로 이민 간 K는 모친을 뵈려 방한 중에 멀리 경남 진주에서 올라왔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나름 성공궤도에 오른 직장 2년 후배 덕분에 우리는 따듯한 방 안에 앉아 통유리창을 통해 넓은 한강을 쳐다보며 삼겹살에 소주와 맥주를 먹었고, 진한 커피를 마시며 그동안 지내온 얘기를 나누니 스트레스가 풀렸다.


미국 교포 K는 수개월 전부터 건강이 나빠 그토록 좋아하는 술과 담배를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하였고,  작년에 세상을 떠난 고교 동창이 4명이나 되어 모름지기 건강이 최고라고 하였다.


그의 얘기를 듣고 보니,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어 환갑도 안된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직장선배들이 7~8명이나 되어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부르며 안타까워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들은 은행, 보험, 증권회사 등을 마다하고, 그 당시 최고 인기 직장이었던 종합상사에 들어갔다.


우리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첨병으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007 가방을 들고 뉴욕, 파리, 홍콩 지사원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현역에서 물러나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처지가 되었고, 월급 100~200만 원이라도 주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중 반가운 소식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하물며 인도네시아어까지 가능한 동기 L이 최근에 무역회사에 취업했는데, 특수비료를 개발하고 현지에서 평가받는데 필요한 중장기 투자 자금이 없어 회사가 위태롭다고 하였다.


그는 10년 전에 노후를 대비하여 3억 원으로 양평에 한옥집을 지었는데, 처음에는 주말마다 별장으로 썼지만 여름에는 잡초와 벌레 때문에, 겨울은 춥고 거리도 멀어 자주 가게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싸게 팔려고 내놓아도 매수자가 거의 없어서 고민이라며 그 돈으로 그때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별장 주인인 직장 후배는 지금 양평에만 전원주택 700곳이 매물로 나와 있는데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거래가 없고, 처음 몇 개월간 좋아 보이지,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기고, 관리하기 힘든 전원주택은 관심도 두지 말라고 조언하였다.


한편, 생각해보면 3저(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 시대였던 1980년 초반 경제가 호황이어서 우리들은 누구나 취직이 잘 되었고, 일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정년퇴직한 우리들의 재취업은 고사하고 아이들 취업도 어려워졌고, 그들이 결혼까지 한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푸념했다.


수개월 전에 미국에서 직장을 그만둔 K는 친구들과 마음 놓고 소주 한잔 하고 싶고,  선진국형 의료보험과 퇴직자에 대한 취업(귀농) 알선 등이 우수해서 20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역이민 할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강 건너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어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누구나 한 두 개씩 걱정거리를 갖고 있던 친구들이 몇 시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 보니 동병상련이어서 그런지 마음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후배가 보낸 메시지를 보니 희망을 갖게 되었고, 따스한 말 한마디에 가슴이 더욱 뭉클하였다.


좋은 선배님들!  

아프지 마시고, 자주 뵙겠습니다

행복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봄에 또 자리 만들겠습니다

귀한 몸만 오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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