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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크리스마스 2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지금 딸은 설흔이 넘어 시집갈 나이가 되었고, 아들도 군대까지 다녀와 복학했지만, 나는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중고등학생 때까지 자라는 모습을 한동안 비디오로 녹화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라 3살 된 아들을 아침에 동네 놀이방에 맡겨 저녁이면 데려 오곤 했던 때 일화다!


놀이방 선생님이 크리스마스 파티에 산타할아버지를 모시고 왔다.


아들이 그동안 말썽 안 부리며 애타게 기다려왔던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신비가 그날 산산이 깨져 버리고 말았다!


그날 저녁에


아빠!  산타할아버지가 가짜인 것 같아!

왜?

하얀 수염 안쪽에 까만 고무줄이 들어 있던데!

???


아들은 더 이상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고 다시 장난꾸러기가 되었다!


~~~


그 후 몇 해가 지난 크리스마스날이었다!


녀석이 색종이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제법 멋있게 만들어 보여 주었다!


아빠 선물이에요. 가지세요!


현용이가 제법인데?


제 정성을 모아서 만들었어요!


아빠는 너에게 무엇을 해줄까?


저는 정성은 필요 없어요! (웃으며, 손을 내밀며)


돈으로 주세요!


장난감을 사주면 안 되니?


그러면 원하지 않는 것을 사게 되므로, 내가 직접 고르겠어요!


그 바람에, 나는 녀석과 동대문 프레야타운에서 2시간 동안 장난감을 고르느라 헤매었다!


~~~


아들과 같이 목욕탕에 가는 날이면 기분이 좋았다.


아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등을 밀 때 그 기분은 말할 나위도 없이 흐뭇했다.


목욕한 후에 집에 와 보니 아들이 늘 목에 걸었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가짜 금목걸이가 없어졌다.


사물함에 넣었지만,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녀석은 저녁 8시경 문득 생각이 났는지, 목욕탕에 그것을 두고 왔으니 찾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사물함도 모르는데 어떻게 이 늦은 시간에 찾냐고 하니, 못 찾으면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생떼를 썼다!


추운 겨울에 다시 옷을 껴입고 10분 걸어 향군회관(현 향군 잠실타워, 삼성 SDS 건물 )의 지하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파장을 준비하는 주인에게 물으니, 다행히 서랍에 보관하였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 후, 문제의 목걸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지금 돈으로 500원도 안 되는 싸구려 목걸이였다!


그런데 녀석은 왜 그것이 그리 소중한지, 그 난리를 친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요즘 나는 아이들 어릴 때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동안 녹화한 100개 남짓 비디오테이프를 즐겨보는 것이 또 다른 낙이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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