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Michelle과 Grace는 헐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을 하고 싶어하던 자매였습니다. 그러나 아시아계 여성이 인맥도, 정보도, 롤모델도 없이 헐리우드를 "뚫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롤모델은 제쳐두고 당장 어떤 스텝을 밟아야 하는지, 한 치 앞 조차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두 자매는 이렇게 소수자가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데 넘어야 할 산에 대해 직접 부딪혀가며 알게됩니다. 이는 두 자매가 본인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진로탐색 멘토로 봉사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소외계층 청소년들이 제대로된 직업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직접 알게됩니다. [물건너 비스!] 첫 번째 포스트에서는 소외계층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두 자매가 만든 온라인 진로탐색 플랫폼, Gladeo를 소개합니다.
Gladeo는 학생 500명 당 상담사 1명꼴의 열악한 미국의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에게 풍성한 '커리어 데이'(취업박람회)를 온라인으로 제공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진로교육 파트너들과 함께 청소년 진로교육 워크숍을 열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진로 워크숍을 진행하며, 안전한 미래를 꿈꾸기 가장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미국 최고의 비영리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중 하나인 FastForward의 지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Gladeo는 다른 진로 탐색 프로그램과 어떻게 차별화된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다양한 콘텐츠
Gladeo가 다른 진로 탐색 프로그램과 가장 다른 부분은 제공하는 정보의 다양성과 청소년 접근성입니다. 일반적인 진로 탐색 페이지의 경우, 직업의 평균 연봉, 갖춰야 하는 스킬, 관련 학교나 필요한 자격증 정도의 정보를 알려줍니다. 이에 비해 Gladeo는 그 직업을 갖기위해 실제로 청소년이 궁금해할만한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Day in the Life"라는 섹션을 통해 해당 직업을 가진 사람의 하루가 보통 어떻게 흘러가는지 스케치해주거나, 이 직업군에 무사히 '안착'(How to land your first job)하기 위해 밟아야 할 첫번째 스텝에 대한 팁, 해당 직업을 오래할 수 있으려면 알아야 할 노하우(How to stay in the game) 등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하나의 커리어가 어떤 과정을 밟으며 흘러가는지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그래프로 그려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Gladeo의 킬러 콘텐츠는 바로 비디오 인터뷰입니다. 특정 커리어를 갖고 있는 사람을 디테일하게 인터뷰한 영상을 세련되게 편집하여 청소년들에게 쉽게 공감과 흥미를 이끌어내는 콘텐츠지요. 일부러 대학생들을 인턴으로 채용하여 밀레니얼과 제너레이션 Z세대 감성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청소년들이 실제 직업인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롤모델을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고 리스트로만 접하던 정보들을 생생한 이야기로 체험할 수 있겠죠?
소수자들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집중 조명하는 플랫폼
Gladeo의 또 하나의 차별점은 바로 소수자성을 전면에 앞세운다는 것입니다. 설립자들 스스로가 인종적 소수자로서 겪었던 어려움이 반영된 것이지요. 청소년들에게 소수자 커리어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에 기반하여, Gladeo는 실제로 여성이나 소수인종의 롤모델들을 더 많이 보여줍니다.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부수고, 소수자들에게 더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자 하는 Gladeo의 방향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환경공학자로서 성공한 라틴계 커리어우먼 자넷의 스토리를 보고 스스로 보통의 평범한 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라틴계 여학생 안젤리카는 지금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다고 하네요.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힘, 비영리성
Gladeo는 벌써 많은 양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세련된 정보 플랫폼입니다. 영리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면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설립자 Michelle은 Gladeo가 다른 진로탐색 프로그램과 다르게 소외계층 청소년에게 뚝심있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로 Gladeo의 비영리성을 꼽습니다. 왜 테크 비영리스타트업으로 사업하시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을 옮겨 적어봅니다.
우리는 청소년들을 돕고 사회적 불평등과 싸우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Gladeo를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의 정보를 돈에 눈이 먼 대학들에게 팔아 넘기면서 이익을 내는 유사한 영리 서비스와는 다르게 우리는 우리의 미션을 위태롭게 하는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습니다. [비영리스타트업으로써] 우리는 여전히 혁신적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지만, 비영리 기관으로써 항상 우리의 미션을 우선시하고, Gladeo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걸어온 길, 내가 만든 커리어를 어렸을 때부터 상상하고 계획할 수 있었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세상에는 의사, 변호사, 선생님 말고도 수도 없이 많은 “업"들이 있고, 그 업을 하기 위해서 걸을 수 있는 길이 수천, 수만가지나 된다는 걸 어렸을 때 부터 알았다면, 우리는 조금 덜 불안한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요? 내 길에 대해 더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은 나에게 어떤 옵션들이 있는지도 모른 채 사회에 떠밀려 나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청소년일수록 더더욱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유나 자료가 부족한 건 한국도 사정이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도 누군가는 학교-학원-집 뿐인 아이들의 세상의 바운더리를 조금이라도 더 넓혀주고, 더 다양한 길이 있다고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Gladeo와 같은 비영리스타트업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요.
Gladeo는 취업정보를 검색해볼 수 있는 포털을 넘어서, 각 직업을 청소년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국내에서 청소년 관련 활동을 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참고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콘텐츠의 종류나 톤에서 청소년들이 직관적으로 다양한 직업군을 접해볼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입니다. 국내에도 Gladeo와 같이 청소년들이 쉽게 자신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해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