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l[졸:Joy of Learning]
다음세대재단의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매월 1번 다함께 모여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사내 프로젝트입니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사내 워크숍
저는 다른 사람에 대해 알아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끝이 늘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요...) 제 이런 관심사를 사내 프로젝트에 연결시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을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이 추가적인 업무나 시간을 잡아 먹는 회의 비슷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에서 제 기획은 시작되었습니다. 돌이켜보니 휴일에는 보통 무엇을 하는지, 못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서로에 대해서는 종종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일하는 동료'로서 서로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기도 합니다. 마침 최근 재단에 입사한 세 분(호호, 온돌, 미소)도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해서 좋아하는 업무는 무엇인지, 어려워하는 업무는 무엇인지,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지 개인적인 궁금증과 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차였습니다. 8시간의 업무 시간 중 무려 90분 짜리 ‘일터에서의 서로에 대해 알아보기’ 워크숍을 제안했을 때 다행히 다른 매니저들도 취지에 공감하며 기대감을 비쳤습니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워크숍 준비하기
‘일터에서의 나와 나의 동료 이해하기’를 제목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기 위해 사전에 워크숍에 참가할 동료 매니저들과 나누고 싶은 주제에 대해 익명으로 작성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같이 가볍고 호기심 넘치는 질문부터 “회의감이 드는 회의는 어떤 회의인가요?”처럼 서로 맞춰나가면 좋겠지만 좀처럼 꺼내기는 어려웠던 주제들이 리스트에 올라왔습니다. 열 개 정도 모인 주제들을 회의처럼 논의하기에는 ‘조이 오브 러닝(Joy of Learning)’이 아닌 ‘졸음 오브 러닝’처럼 지루해질 것 같아 워크숍 진행 방법에 대해 꽤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본격 워크숍 시작!
고민 끝에 매니저들을 ‘몬스터’에 빗대어 각자의 강점을 필살기에, 약점을 직격탄에, 일의 동기와 스트레스 해소법을 방어막에 빗대어 카드를 제작하고 서로 카드 주인인 몬스터가 누구인지 맞혀보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바쁜 업무 일정 속에 주어진 시간을 꼭 지킬 수 있도록 미리 워크숍 진행안(살펴보기)을 공유하고 나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생각해오도록 하였습니다. 워크숍이 시작되자 다 큰 어른들이지만,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고 내용을 적으며 무언가를 창조(?)하니 꽤 신이 났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며 시간을 좀 더 달라는 매니저들의 요청에, 모임 호스트로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관심도 없고 참가할 의지도 없다면 절대 나오지 않는 이야기가 ‘시간 좀 더 주세요’라는 것을, 행사를 진행해본 분들이라면 다 아실 겁니다.
각자가 자신을 빗대어 만든 ‘D 몬스터(촌스럽게도 D는 다음세대재단의 D)’가 누구의 모습인지 추측하고 ‘D 몬스터’의 주인이 나타나 직접 필살기와 강점, 약점, 방어막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꽤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임에도 서로 잘 몰랐던 부분이 많아 놀라기도 했고, 경력도 전공도 너무나 다른데 서로의 업무 스타일은 많이 비슷한 경우도 있어 또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는 쉽고 간단한 업무가 다른 이에게는 피하고 싶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D 몬스터’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주로 ‘함께하는 동료’, ‘결과물 또는 업무에 대한 타인의 인정 또는 스스로의 만족감’, ‘업무의 자율성과 주체성’, ‘내가 하는 일의 사회적, 개인적 의미’ 등이었습니다. ‘금전적인 요인’은 어찌된 이유인지 단 한 명도 적지 않아 ‘자본주의 사회에서 뼛속까지 비영리재단 직원’이라며 웃긴데 슬퍼서, 슬픈데 웃겨서 다함께 한바탕 자지러지게 웃었습니다.
각자 완성한 ‘D 몬스터 카드’를 화이트보드에 붙이고 몬스터끼리 ’천적’이 될 수 있는 요소와 ‘아군’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살펴보았습니다. 세상 만사에 호기심이 많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호호몬’과 ‘회나무몬’은 ‘성장 메이트’가 되어 서로의 관심사가 잘 맞는 교육이나 워크숍 정보를 공유해서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종종 업무 상 어려운 점이 생기면 혼자 고민하며 고통받는 ‘온돌몬’은 비교적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날날몬’에게 노하우를 공유받기로 했습니다. 사소한 것에도 감동 받고 표현력이 풍부한 ‘호호몬’은 칭찬 필살기로 ‘날날몬’을 춤추게 하기로 했습니다.
참여해보니 어떠셨나요?
사실 이번 워크숍의 아이디어는 문화다양성 교사 연구회 특강(후기 보기)에서 만났던 신정원 교육자의 ‘드로잉 히어로’ 프로젝트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문화다양성 사업 담당자로서, 다음세대재단의 직원으로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아차 싶은 부분이 바로 ‘내 옆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놓치는 것이었습니다. ‘졸’ 프로젝트의 첫 번째 모임, ’일터에서의 나와 나의 동료 이해하기’ 워크숍은 매일 마주 했던 동료의 숨겨진, 새로운 면모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이해해 볼 수 있던 시간이자 아직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배워나갈 것이 많다고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동시에 내가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산을 넘도록 도와주고 지지해줄 수 있는 것은 역시 내 옆 자리의 동료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이 끝나고 소감을 나누며 마무리했습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개개인은 결코 완벽하지 않더라도, 팀으로서는 완벽해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느낀 시간!
바쁜 업무 시간에도 90분(사실 10분 초과해서 100분)을 기꺼이 내주신 동료 매니저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졸' 프로젝트의 다음 모임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