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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린이의 삶 Jan 08. 2022

야 킹콩 막례, 어디 있는 겨?

꼴통 4인방 뭉치는 그날을 기다리며

'R R R'

"여보세요. 혹시 00 휴대폰 아닌가요?"

"맞는데 누구???? 세요??"

"야~이 기지배야(지역사투리) 나여 00, 최 00"


거의 21년 만에 듣게 된 친구 목소리다. 통화 내내 업 된 목소리로 '이 기지배야(지역사투리)' 연신 내뱉으면서 통화를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자연스럽게 연락들이 끊기게 되었던 친구들. 그동안 휴대폰 기기를 바꾸면서 친구들 번호도 사라지고 가끔 sns로 그의 일상이 올려지면 댓글 몇 번 올려보고, 답이 없어 자연스레 잊히는 친구였는데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듣게 되는 목소리가 낯설지 않고 마냥 좋았다. 이래서 친구, 친구 하는 걸까? 친구가 시간이 된다면 해남에 온다고 한다. 부모님이 계시니 4시간 거리라도 올 수 있겠지 했는데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런... 이 가시나 빨리 좀 연락 하지 '




나는 고등학교 때 뭉쳐 다녔던 친구들이 있다. 바로 꼴통 4인방 멤버들. 

꼴통 4인방이란 이름은 고등학교 동아리반 선배가 지어준 명칭이다. 꼴통스런 행동을 많이 한다고 지어준 이름인데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기억에는 동아리 모임 땡땡이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꼴통이라니 웃음이 피식 나온다.

우리 꼴통 4인방 친구들은 별명이 하나씩 있었다. 나는 작고 얼굴이 까맣다고 깜장콩, 한 명은 참하고 집안 살림 잘할 것 같다고 우렁각시,  얼굴에 깨가 많다고 해서 깨순이, 키가 크고 힘이 센 친구는 킹콩이었다.  깜장콩, 우렁각시, 깨순이, 킹콩은 같이 풍물반이라는 동아리에 함께 했다. 그 안에서 우린 많은 추억을 쌓았었다. 면민의 날엔 행사도 같이 뛰고, 풍물반 모임에 함께 땡땡이를 쳤다가 선배에게 걸려 기합을 받고, 누군가 한 명이 선배에게 맞게 되면 같이 몰려가서 대들다 다 같이 맞았던 기억들이 어렴풋이 난다.




또 우리 꼴통 4인방은 같은 컴퓨터 학원을 다녔었다. 선생님들과도 가깝게 지내게 되면서 같이 바닷가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노숙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캠핑이다. 그때 일어났던 일들로 또 웃음이 난다. 

학원 원장님과 우리 꼴통 4인방,  풍물반 짱 여자 선배 한 명, 그리고 컴퓨터 학원을 같이 다녔던 남자 선배 셋, 같은 반 남자아이 두 명과 함께 바닷가를 가게 되었다. 그 시절 고등학생에게는 외박이 어려운 일이었는데 학원 선생님께서 부모님들께 일일이 전화를 해주신 덕분에 함께 할 수 있었다. 

바닷가에 거의 도착할 무렵 학원차량은 미처 챙기지 못한 음료수를 사기 위해 근처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 멈춰 섰다.

"누가 음료수 좀 사 가지고 와라"

차 문쪽에 앉은 킹콩 친구가 선생님께 음료수 값을 받고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이 킹콩 친구가 하나로마트와 농약사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농약사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재 뭐냐'

그리고 몇 분 뒤 킹콩 친구는 농약사에서 나와 바로 하나로 마트로 들어갔다. 음료수를 사들고 온 킹콩 친구에게 너 왜 농약사 들어갔냐고 물었더니 친구 왈.

"내가 안경을 안 썼잖아 농약사가 마트인 줄 알고 들어갔지 근데 뭔가 이상 하더라고"

하면서 친구는 말을 이어갔다. 농약사에 들어간 친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주인장 아저씨가 어떤 거 찾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면 죄송하다고 하고 바로 나오면 되는데 나의 꼴통 친구 킹콩은

"아저씨 콜라 어디 있어요?"

이 말을 들은 농약사 주인아저씨 어이가 없으셨는지 웃으시면서 농약사에는 먹는 거 안 판다고 옆 건물로 가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내 친구 대단하다. 농약사에서 콜라를 찾다니...




우리는 바닷가 주변에 텐트를 쳤다.  원장 선생님 가족분들은 근처 댁으로 가시기로 하셨는데  걱정이 되셨는지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하고 계셨다. 우리는 우리들만의 하룻밤을 원했기에 걱정 마시라고 안심을 시켜드렸고,  선생 생님께서는 저녁때 다시 오시기로 하시고 그제야 자리를 떠나셨다. 남자 선배들 덕분에 텐트는 쉽게 칠 수 있었다. 그래서 바로 저녁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지나가시는 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한마디 하고 쿨하게 떠나신다.

"얘들아 금방 물 들어온다. 텐트 여기다 치고 자면 물귀신 된다"

헉. 이게 무슨 말인가?'

우리는 서둘러 텐트를 통째로 들고 산 쪽으로 갔고, 보글보글 끓고 있던 라면과 개인 짐들을 부랴부랴 옮겼다.

과학시간에 배웠던 밀물과 썰물에 대한 지식이 기억 속 깊이 박혀 나오지 못해서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라면은 물을 가득 머금은 우동이 되고 말았다. 그땐 정말 힘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기억들이다. 텐트 안에서 선배가 방귀를 뀌어 다들 뛰쳐나가게 만들고, 밖에서 이상한 소리에 무서워 끌어안고 잤던 기억, 다음날 아침에는 잠들을 어떻게 잔 건지 머리며 얼굴이며 우스꽝스럽게 되어서 서로 마주 보며 웃었던 기억들이 이젠 추억이 되었다. 아 그리고 그 지나가시다 말로써 우리를 구해주신 그 아저씨께 25년이 지난 지금 늦었지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그때 텐트를 옮기지 않았으면  물귀신이 되거나 물고기 밥이 되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 그때가 그립다.




그리운 추억 때문에 오랜만에 학원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지금은 해남이 정읍에서, 컴퓨터 원장님이 아닌, 찐빵 사장님으로 지내고 계신다. 

"선생님~"

반갑게 맞이해주신 선생님과의 대화는 또다시 추억여행을 떠나게 한다. 그러다 선생님께서 물어보신다

"막례는 연락하니?"


꼴통 4인방 우렁각시, 깨순이, 깜장콩은 이제 연락을 하면서 지낸다. 그런데 킹콩은 사라져서 연락이 힘들다. 21년 전 호주 갔다 온다고 하더니 그 뒤로 깜깜무소식이다. 연락처도 바뀌어서 답답한 상황이다.

'이늠의 기지배(지역사투리) 어디 있는겨?"

꼴통 멤버들은 킹콩 수소문 중이다. 언젠가 다시 꼴통 4인방이 뭉치는 그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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