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린이의 삶 Feb 05. 2022

기록의 마법

깜박하는 기억력

'내가 뭐 하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더라?'

급하게 연 냉장고 문.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나, 뭘 꺼내려고 냉장고 문을 연 건지 기억을 찾는 중이다.

요즘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무심결에 설거지 통에 소금이 담긴 소금통을 넣어 놓고 찾지를 않나, tv리모컨 사용을 방금 했으면서도 리모컨을 찾고 있다. 그런데 더 큰 일은 하루, 하루를 생활하면서 그다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너도 내 나이 되어 봐라!

"엄마 휴대폰 본 사람"

"방금까지 엄마가 들고 있었잖아?"

"......"

대체 휴대폰은 어디로 간 건지, 아니 나는 어디에 둔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휴대폰을 들고 주방 의자에 앉다가... 빨래를 가지러 세탁실로 갔는데, 세탁실에는 없었어 그럼 어디로 간 거지? 아 진짜!'

"엄마 전화해봐"

"전화 무음이다."

집에서도 무음으로 해놓는 습관 때문에 휴대폰 찾을 방법은 더 이상 없는 듯하다.

'에잇'

시원한 물 한잔으로 답답 마음 뚫어보려고 정수기 앞으로 가는 순간 나의 휴대폰이 눈에 보이는 게 아닌가? 

'아 맞다'

빨래 가지러 가면서 그 입구 왼쪽에 놓인 정수기 위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나는 왜 까맣게 잊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엄마 휴대폰 찾은 거야? 엄마 왜 그래? 자꾸 깜박깜박하고"

'나도 모르겠다. 너도 내 나이 되면 알겄제'

나는 그냥 딸아이 눈을 보고 허탈한 웃음만 지어 보였다.



기록의 마법

벌써 2월이다.

얼마 전 설날을 보내고 이젠 정말 2022년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22년에는 뭔가를 좀 바꿔보자고 다짐하고, 계획했는데 그 계획한 일이 하나씩 무언가에 부딪히고 있다.

그래서 이게 맞는지, 아니면 예전의 그 생활을 다시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다음 뭘 해야 하지? 아 놔~ 나 왜 이럴까'

계획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짐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흐트러지고 있다. 사실 명절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다. 명절 연휴 내내 내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핑계이지만 지금은 그 핑계라도 잡아야겠다.

어제부터 수업 준비 부랴부랴, 글쓰기 부랴부랴. 그나마 소통하는 단톡에는 겨우 내가 존재하고 있다 라는 사실만 알릴 뿐. 그리고 멍.

'내가 이렇게 멘털이 약했었나?'

저녁 ZOOM강의를 듣고 나서야, 아니 내 가슴에 비수 꽂는 말들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잡아 본다. 내가 뭘 하려고 했었는지 나의 2월 성장계획표를 보고 바인더에 다의 다짐 및 내일의 할 일들을 써 내려간다.

기록의 마법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나의 깜박하는 기억력도 되찾아 본다. 기록의 마법으로...

작가의 이전글 명절 후 너에게 전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