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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린이의 삶 Feb 04. 2022

명절 후 너에게 전한다.

너는 방바닥과 친구가 되고 나는 물과 친구가 되는 날이다

남편아!

명절 넌 잘 보냈겠구나

나는 말이지 계속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한 것 같아서 허리와 다리가 아프구나

그런데 너도 허리가 아프다고 하더구나.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 계속 누워만 있어서...

그래 명절 때마다 너는 방바닥 친구를 만났더랬어

음식은  나의 손맛을 믿지 못하셔서

어머님과 형님, 아주버님이 하셨지

그래서 난 조금이나마 편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내 착각이더구나

대 식구들 식사 준비, 식사 후의 일들이 끊임이 없다는 걸 깜박했었지

밥 먹고 뒤돌아서면 밥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 

다시 한번 실감하면서 한숨을 내 쉬었지

책을 읽으려고 가져갔는데 

그 책들은 그냥 내 가방의 무게를 늘이기 위함의 도구였고

글을 써볼까 하고 가져간 노트북은

당신의 산만한 조카 녀석 때문에 공간이 없어 노트북 꺼내지를 못했어

잠시나마 나도 방바닥 친구를 사귀어 볼가 했는데,

임시 우리의 방을

본인 방인양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자리 잡는 너의 6학년 조카 때문에

그럴 수가 없구나

그래도 매번 고기를 열심히 굽느라 고생했다.

그 구운 고기 난 제대로 먹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친정에 와서도 너는 방바닥 친구와 여전하더구나.

나는 홀로 왔다. 갔다 하시는 엄마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데 말이지...

계속 방바닥 친구를 사귀던 넌

두통 친구까지 사귀었다고 내게 말을 하지 

그건 내 탓이 아니다. 네 탓이지 그 친구들을 불러들인 건 네 탓이니라

시댁에 이어 친정에서도 난 물에 계속 손을 담그고 있다.

근데 다른 건 뭔 줄 아니?

시댁에서는 물에 손을 담가도 말리는 이가 없는데

친정에서는 물에 손을 담그기 전부터 말리는 이가 있다.

'......'

그렇게 난 방바닥 친구도 두통 친구도 사귈 수가 없구나

올 추석부터는 너랑 나랑 바꾸자 

방바닥 친구도 나랑 사귀고, 두통 친구도 다가와도 되니

너는 하루 종일 주방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놀아보거라

뭐가 더 즐겁고 신나는지

느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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