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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린이의 삶 Feb 03. 2022

민화투? 그림 맞추기 놀이

모두를 위한 놀이 


까치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그래 오늘이 설날이다.  설날 당일에는 시댁에서 친정으로 나서는 날이다.

이른 점심을 하고 뒷정리까지 하고 나서야 내 짐을 챙긴다. 그리고 인사를 드리고 떠난다.

왜 부모님들을 뒤로하고 나서면 마음이 이상한지 모르겠다. 부모님에게는 늘 그런 건가?


"처가댁 뭐 사가?"

이건 또 뭔가요? 뭐 사가?라고 묻는 남편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아니 당연한 거 아닌가? 뭐 사가?라고 묻는 게 아니라, 뭐 살 거야?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요?

말을 맞받아 치고 싶었지만, 괜스레 명절 연휴에 싸움만 일어날 듯싶어 그냥 내가 참는다.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사고 친정 도착!!


"할머니"

아이들 소리에 엄마가 나오신다.

"춥다야 언능 들어와라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딸아이는 아빠의  핫스팟을 따라 건너편 방으로 가버리고 아들과 나, 울 엄마는 함께 큰 방에 남는다.

"00아 인자 중학생이 되는디 휴대폰 그만하고 책잔 보고 공부 잔 해라. 너 인자 초등학생 아닌께 정신 차려야 써"

"네"

이늠의 시키 게임하느라 할머니 말을 제대로 안 듣는 것 같다.  휴대폰만 보고 있는 아들 녀석이 왜 이리 꼴배기 싫은지... 그래서 요새 깜박깜박하신다는 엄마와 가끔 멍~ 하는 나를 위해 아들에게 민화투를 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에게 무슨 화투냐 하지만, 집에서는 건전한 놀이이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들 콜!"

"응 콜"

그렇게 시작한 민화투! 아니 그림 맞추기 놀이

"할머니 이건 뭐예요? 몇 점이에요?"

"아들 우리 개인플레이다. 니 할머니냐? 고만 좀 물어봐라"

"아니거든 내 할머니거든, 모르니까 물어보지"

"내 엄마거든 너 그만 물어봐 엄마 나한테 뭣잔 줘 보셩 뭐 먹을 게 없으"

"야 너만 먹을 거 없냐 내도 먹을 거 없다"

일명 그림 맞추기 놀이인 민화투는 손으로 하는 놀이인지 입으로 하는 게임인지 모르겠다. 시끌 시끌~


그 소란스러움은 건너편 방으로도 전달되어 딸아이가 건너온다.

"아~~ 앙~ 나만 빼고 뭐야? 할머니 저도 할래요. 왜 나만 뺀 거야?"

다시 시작한 4명의 그림 맞추기 놀이!

내가 꼴등이다. 2등은 바닥에 손을 3등은 그 위에 마지막 꼴들인 난 맨 위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1등 손바닥이 얹어놓은 손 등 위로 다가오면 피하면 되는데 맨 위에 난 피하 지를 못하고 손등을 맞는다. 생각보다 아프다. 그리고

"다시"

를 외치며 그림 맞추기 놀이를 이어간다.


그 시간 안에는 모두가 웃고 있으니 좋다.

늘 이런저런 생각으로 무표정인 나도 웃고 있고,

맨날 뾰족한 가시들로 서로를 찌르려는 남매도 웃고 있고,

그리고 주름 가득한 얼굴로 웃고 계시는 엄마.

모두가 웃고 있으니 그냥 좋다.

저 건너편 사위라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나의 걱정을 엄마에게 넘긴 듯싶어 마음이 쓰이는데 그나마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 화투장 속 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들꽃처럼 수수하게 보인 엄마의 웃음이 내게 힘이 된다. 그리고 그 웃음으로 나는 정말 성장해야겠다. 성공해야겠다는 마음 가득이다. 그냥 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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