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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린이의 삶 Aug 14. 2022

그냥 안경집만 가면 되는데...

엄마는 감정 괴물이 되다.

"엄마 안경다리가..."

아들이 분리된 안경다리 하나와 나머지 안경을 들어 보인다.

'하아'

왠지 모르게 잘못된 안경 쓰는 습관으로 그런 듯싶어 화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어제 아빠가 얘 안경 나사 조여준다고 했는데 말 안 했나 보네"

딸아이 말에 난 화가 목까지 오고 말았다. 그리고 겨우 참으면서 낮은 목소리 톤으로 안경 쓰는 습관을 이야기했다. 그 말이 듣기 싫었던 건지 나의 말에 반박을 시작한다. 결국 난... 폭발하고 말았다.

요즘 휴대폰에 빠져 선생님과 엄마랑 약속한 휴대폰 사용량을 매일 넘겨서 두고 보고 있었는데 말이다.

"너 요새 엄마가 좋게 말하니까 콧방귀도 안 뀌고 이렇게 화내면서 이야기해야 겨우 듣고 네가 엄마를 지금 어떻게 보길래 이러는 거야?'

아이는 두 손을 모으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다. 안경 나사 하나 풀린 거 안경집에 가면 되는데 난 그동안 보기 싫었던 휴대폰 사용까지 들먹이기 시작했다. 있는 화, 없는 화 그동안 참고, 참았던 모든 화를 끌어 모아 다 풀었다. 힘없는 아이에게...

아이는 조용히 눈물만 흘린다. 그 모습에 나는 화를 더 이어갈 수가 없었다.

'나 이게 무슨 짓이야'

방으로 돌아온 나도 울고 만다.

서현 작가님의 눈물바다
서현 작가님의 눈물바다

 한바탕 쏟아내니 이제 정신이 드는 듯싶다. 아이에게 너무 심하게 한 듯싶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에게 훈계를 하게 될 때 심호흡 세 번을 하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감정적으로 대해 아이도 다치고 엄마인 나도 마음을 다친 하루 ㅠ

그냥 안경집만 가면 되는 거였는데 왜 그랬을까?


달달이로 푸세요.

저녁식사 이후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엄마 나 나갔다 올게"

아이는 옷을 챙겨 입고 자전거 타러 나간다. 안 좋은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아이는 자전거를 선택했다.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주위를 돌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고 지난번에 들었었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현관문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가 들어왔다. 그리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내민 돼지바 하나.

"엄마 달달이로 마음 푸세요"

나는 아이가 내민 돼지바를 바라보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고개 숙이며 아이에게 내뱉은 말

"미안해 엄마두"

.

.

.

아이 얼굴을 보기가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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