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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Aug 28. 2022

엄마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마음 아픈 엄마 이야기

"너 밥 먹고 왔어?"


엄마는 모처럼 친정 방문한 딸에게 건네는 첫마디가  아침을 먹고 왔는 지다. 한 끼 굶은다고 해서 뭔 일 나는 건 아닌데 엄만 내가 크게 아픈 이후부터 끼니를 잘 챙겼는지 병원은 언제 가는지 모든 게 걱정인 듯싶다. 요즘 농사일로 바쁘셔서 홀쭉해진 엄마가 내게 건넬 말은 아닌 듯싶은데...


오늘은 동생네 가족이랑 우리 가족이 함께 모이는 날이다. 뭐 특별한 날이라서 모이는 건 아니다 그냥 점심 한 끼 함께 하기 위해서 모이기로 했다. 오늘 점심 메뉴는 동생이 잡아온 문어와 내가 사 온 닭으로 만든 백숙이다. 솥단지에 여러 마리의 문어와 닭 네 마리 그리고 마늘, 대파 뿌리, 인삼 당귀를 넣어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기다리는 동안 엄마와 나는 주방으로 들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 요새 식사 안 하시오? 우째 이렇게 살이 쪽 빠진 거야?"

"요새 맨날 새벽에 일어나서 고추 다듬고 마늘 까고 그러다 본께 밥 맛도 없고 그냥 반찬 한 가지 놓고 먹는디 오매 요새는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겄다야"

"아이구 엄마 끼니 잘 챙겨 드셔 나 걱정하지 말고 엄마나 잘 챙기셔 뭐야 살이 쪽 빠져불고 진짜"


딸내미가 열 내면서 말하니 엄만 무안한 목소리톤으로 밥은 그래도 먹으려고 한다고 말씀하신다. 엄만 내가 엄마 밥이 먹고 싶다고 하고 집에 가면 생선 반찬이든 고기반찬이든 메인 요리를 항상 하시고 딸이 가져갈 밑반찬까지 준비하신다. 그 모습에  엄마에게 미안해서 연락 없이 방문할 때면 하던 일을 멈추시고 바로 딸내미 끼니 챙겨주시는 엄마. 됐다고 괜찮다고 말려도 소용없는 엄마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대충 끼니를  챙기시니 미안함이 커지고 결국 화가 되어버렸다. 바로 오늘...


"며칠 전에 저녁때 온몸이 아프고 죽는 줄 알았다야 그래 가지고 뇌선 하나 먹고 누워있었는데..."

"엄마!!"

난 엄마의 말을 듣자마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럼 전화를 해야지 아들도 딸도 다 가까이 살고 있는데 밤에 혼자 아파하면 어떡해! 혹시나 심해지면 더 아프면 어떡할라고 우째 그라요!!"

"아이고 응급실까지 안 가도 될듯 싶은께 그랬제 다음날은 좀 나아지드만"

"엄마가 의사요? 엄마는 진짜..."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울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지인의 이야기 생각에 더 그런 듯싶다.


지인의 동네에 사는 할머니 이야기.

서울에 사는 할머니 자식들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고 한다. 며칠 동안 전화를 받지 않아서 걱정이 되는 자식들은 할머니 이웃분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을 드렸다. 그 이웃분도 집에 가서 다시 확인했지만 할머니는 보이지 않으셨다. 

그리고 며칠 후

할머니는 본인의 고추밭 사이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부패된 채...


이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엄마가 아픔을 혼자 견뎠다는 게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 연락만 하면 한밤이라도 갈 수 있는데... 왜 엄만...  

그사이 문어와 닭은 다 삶아졌다. 문어랑 같이 삶아서인지 국물도 함께 삶아진 닭도 붉어졌다. 그리고 내 얼굴도 붉어져 있었다.


"엄마 얼굴 왜 그래?"

"할머니가 엄마 마음 아프게 해서..."

"니 엄마 혼자 그런다야"

하시며 엄만 밖으로 나가버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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