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흉터로 남는다.
6시 조금 넘어 눈을 떴다.
함께 그림책 모임을 하고 계신 선생님께서 공유해주신 '26일 굿모닝 챌린지'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시작을 해 보려고 알람을 맞췄었는데... 아뿔싸 다음주 부터이다. 다시 잠자리에 들기엔 일어난 그 시간이 아까워 세탁실 문을 열어본다. 가득 담긴 세탁바구니들... 어제 아들이 면 점퍼를 내놓으면서 월요일에 입고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이 떠올랐다. 가끔 깜박거림으로 세탁물을 잊어버리기에 그런 엄마를 알고 있는 아들이 건넨 말이다.
세탁기 안에 수건, 속옷을 뺀 나머지 옷들을 집어넣고 세제가 있는 함의 문을 열려고 뒤를 돌아서는 순간 내 눈에 띈 딸아이의 흰 양말이 보인다. 흰 양말은 손빨래를 해야 하가에 따로 빼놓았었다.
'아이고야'
흰 양말에 비누칠을 하고 손으로 비벼댄다. 어제 긁혀버린 손가락 하나가 비눗물이 닿자 쓰려온다. 흰 양말을 열심히 비벼댔지만 원래의 흰색 양말로 돌아오지 않는다.
얼마 전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너희는 엄마가 무서워 아빠가 무서워?"
"그건 왜 물어?"
"그냥 너희들이 엄마 말을 너무 안 들어주니까 물어보는 거야"
"무서운 건 아빠가 더 무서운데 말은 엄마가 더 아프게 해"
"어? 엄마가?"
"응 아파서 그게 더 상처로 남아"
더 이상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 말이 상처가 되다니...'
그냥 충격이었다. 말로써 아프다는 건 알지만 상처까지 된다는 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았다 번아웃이 찾아왔던 순간이 갑자기 떠오른다. 나에게 주어진 일들도 많았고 그로 인해 밀려버린 집안일들도 가득했었다. 어느 순간 누구 하나 손대지 않은 집안일에 난 가족들에게 쓰디쓴 말들을 쏟아부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남편도, 아이들도 나처럼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나한테 다 미룬다는 느낌이 너무 커버려서 하지 말아야 할 말들도 해 버린 듯싶다. 내 가시 돋친 말들이 아이들에겐 상처로 남았다니 마음이 쓰리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아픔으로 다가오는 일들은 상처가 된다. 그리고 그 상처는 나중에 흉터로 남기도 한다. 흰 양말을 비누칠해서 비비고, 또 비벼도 얼룩이 남아 있는 것처럼 상처는 얼룩진 흉터로 남아 있다. 아이들의 상처가 더 진한 흉터로 남기 전에 나의 감정을 잘 추스르는 방법을 빨리 터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