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다.
우와 능력자시네요
이 말을 들었을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때 부끄러움이 앞섰었다. 아직 부족함이 많기에 생계를 목적으로 시작한 일들이었으니까 이런 일들이 능력이 다 되어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헉... 이 문장을 쓰게 되면서 또 발견하게된 낮아진 나의 자존감이 씁쓸함을 가져다 준다.
나의 인생에서 시작된 강사이야기
지금 나는 프리랜서 강사이다.
강사시작은 아주 오래전에 시작이 되었지만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다.
내게 강사의 길을 열어주었던건 재활용공예였다. 결혼하기전 함께 근무를 했었던 언니가 공예강사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였었다. 그렇게 시작한 재활용공예강사 역시 쉬운일은 없는 듯 싶다. 뚜벅이 생활이었던 나는 공예짐 챙겨 이동하기가 처음엔 열정가득이라 힘듦을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공예 수업을 하다가 제일 힘에 부쳤던건
"선생님 못하겠어요", "선생님 어떻게 해요?"
아이들의 외침이었다. 할 수 있는데 시작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 때문에 나의 손과발은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직접 할 수 있게만 도와주긴 하지만 공예 마무리는 나의 손이 거쳐야 하기에 정해진 시간안에 아이들 한명, 한명을 봐주다보니 시간에 쫒기고 나는 지쳐있다. 아무래도 난 공예에 대한 손재주가 없는 듯 싶다.
그러다 우연히 그림책수업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림책이야기가 나의 이야기, 나의 가족이야기 같아 그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림책에 알고싶어 그림책 관련 자격증을 거의 취득하였고 재활용공예강사에서 그림책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선생님 오늘은 뭐 만들거에요?"
그림책을 가지고 책놀이 수업을 하다보면 간혹 만들기 수업이 들어간다. 그럴때 아이들이 나를 반기면서
"오늘 뭐 만들거에요?"
"어? 무슨책 읽어요가 아니고?"
아이들의 물음이 왠지 모르게 상처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림책수업을 접게 되었다. 아직은 내가 그림책 이야기 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듯 싶은 마음에 나의 방향을 잠시 돌리게 된다. 그 방향은 오감놀이수업으로...
오감놀이 천사들과의 만남
그리고 나는 이 수업으로 인해 어느 회사 소속강사가 되었다.
오감놀이수업으로 만나게 된 천사들. 처음만남은 울음 대잔치 였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울어버리고, 손을 잡으면 뿌리치는 새침떼기 천사들. 하지만 매주의 만남으로 천사들과의 거리는 좁혀지게 되었다. 수업을 진행하는동안 내게 다가와 웃어준다.
3년후.
나는 더이상 그 천사들과 만남을 이어가지 못한다. 회사소속강사를 그만 두었기에...
다시 돌아온 프리랜서
나는 다시 프리랜서의 삶으로 돌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할 수 있는게 또 강사활동이었다. 꾸준히 들어오던 월급은 이제 중단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시간이 있다보니 그 시간동안 통장 잔고는 점점 줄어 들었다. 내 노동의 양은 통장잔고와 비례하다는 사실을 느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선다. 교육지원청 사이트에 내가 할 수 있는 수업들을 기록한다.
그림책오감놀이강사
보드게임강사
디지털강사
그림책오감놀이강사
교육지원청 강사등록란에 등록 해 놓았던 놀이강사. 그 등록 글을 보고 00공공도서관에서 연락이 와서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00공공도서관에서 시작된 그림책오감놀이수업은 각 지역아동센터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현재 오프라인으로 진행중이다. 또 온라인으로도 진행중인데 유아 아이들이라 부모님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있다. 다행히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친구들의 만족도가 나쁘지는 않다.
보드게임강사
"선생님 우리 보드게임 수업 해 봅시다"
나의 방향이 있긴하지만 통장잔고를 생각하니 쉽게 거절이 되지 않는다. 보드게임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면 내가 진행하는 선생님인지 아니먄 함께 하고있는 아이들인지 구분이 안된다. 그냥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재미가 쏠쏠하기에 이 시간도 내게 좋은 시간으로 다가온다.
디지털강사
스마트폰, 컴퓨터 배움이 필요한곳에 가서 교육진행을 하는 디지털배움터 강사. 나의 목표에 없는 강사역할이긴 하지만 매력 있는 활동이다. 어르신들과 함께하고 있는 배움터. 디지털 세계를 신기해 하시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또다른 뿌듯함이 생겨난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로 인해 찡함이 자리잡기도 한다. 엄마 생각도 나고...
프리랜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지만 일에 대한 책임감과 그 일의 양에 따라 경제력이 달라지는 삶이 따른다. 그 경제적 문제 때문에 나는 여러가지 강사노릇을 하고 있다.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은 그것도 능력이라고, 능력자라고 말씀들을 해주시지만 뚜렷한 방향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지금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는 강사라서 그런지 능력있다는 말이 좋지는 않다. 이건 스스로 불편해 하는 마음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