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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11. 2024

취향의 폐곡선에서 빠져나오기


맙소사. 아침에 글을 쓰고 곰곰 생각해 보니 요조의 저 노래 제 산문집에서 얘기한 적이 있더라고요. 중복해서 안 될 이유는 없지만 이미 언급한 노래라는 걸 까맣게 잊어버리다니. 기억력은 나쁘고 취향은 고집스러워요. (취향이야 원래 고집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요.)


‘태어난 뒤에 일관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눈 코 입의 위치라든가 뒤통수의/ 방향 같은 것인가/ 또는 너를 기다리는 표정(...)’ 이장욱의 시 <일관된 생애>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정말이지 우리의 일생은 일관된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지요. 처음에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항상성을 갖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음식이며 책이며 노래며 사람이며... 성격이 취향을 선택하고 취향이 성격에 영향을 줄 텐데요.      


일관된 취향이 그것의 일반적 운명이라 해도 조금은 열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것만 좋아하다가는 같은 글만 쓰게 생겼어요. 충격에 가까운 아름다움의 순간들이 우리를 활어처럼 튀어 오르게 하니까요. 안 듣던 음악을 찾아 듣고, 안 읽던 시인의 시도 읽으려고요. 취향의 폐곡선에서 빠져나와서 신선한 호흡을 할 작정입니다.      


p.s. 위의 시는 다음과 같이 끝이 납니다. ‘(...) 아무래도 나는 어제의 옷을 다시 입고/ 오늘의 외출을 하는 것이었다./ 거짓된 삶에 대하여 계속/ 무언가를 떠올렸다.’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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