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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11. 2024

내부고백자


요조의 노래 <에구구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나의 사랑하는 남자친구는 허리가 좋지 않아서 앉아있다 일어설 때면 언제나 에구구구구구구구구 소리를 내지요. 나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미치겠어요.'


정차 중인 택시에서도 소리가 납니다. 깊고 마른 신음소리 같아요. 고장 난 냉장고에서도 고장 난 자전거에서도 낯선 소리가 납니다. 내부의 문제를 말해주지요. 고심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은 좀 다르더라고요. 멀쩡하다가 갑자기 먹통이 되니까요. 저절로 나오는 소리는 심신의 대변자, 아니 내부고백자입니다. 단잠 주무시는 엄마가 끙끙 앓는 소릴 내셨지요. 입원하신 아버지도 아이구 신음소리를 코 고는 소리와 섞으셨지요.


오늘 멋모르고 짧은 겉옷을 입고 나왔더니 다리가 추워요. 저도 모르게 으추추추 하고 있네요. 그래도 춥지만 손을 비비고 다리를 오그리면서 으추추추 소리를 내니 입술이라도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길가에 눈이 잔뜩입니다. 선생님이 빙판에 넘어지셨다고, 골절 사고 소식을 들었어요. 오늘 수술하신다는데 쾌차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선생님 식솔이 많아서 더 걱정입니다. 집고양이들, 화초들. 매일 챙기시는 길고양이들 모두 어찌 견딜지, 눈 밟으며 다가오는 발소리마다 밥 먹자 부르는 음성을 찾아 뾰족한 귀를 세울 텐데요.


모두 무사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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