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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10. 2024

대중이 좋아하는 것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감싸 안는 동안 한 번 생각해 본 적 있는지’ <싱어게인 3>에서 홍이삭은 노래합니다. 기타를 치는 그의 뒤로 광선검처럼 쏟아지는 조명, 기타 줄을 튕기는 손가락, 조심스럽게 떨리는 벌스를 지나 하이라이트로 가면서 목마른 짐승처럼 터져 나오는 포효를 지나 ‘왜 떠나야만 했어’ 하며 속삭이는 고백 아니 한숨 같은 엔딩까지. 스스로가 '상한 우유'처럼 느껴졌던 그가 ‘결국 좋아하는 음악을 편안하게 하고자 선택한 곡’이라고요.      


그에 대한 김이나의 심사평은 몇 번이고 찾아보게 됩니다. 대략 요약하면 ‘가수가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대중이 좋아하는 건 뭘까 고민하는 것이 내 음악의 순수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중이 뭘 좋아할까 그것을 맞추고 싶어 하는 욕망 또한 대중음악뮤지션의 재능이다. 궁금하다는 것 자체가 건강한 자세이므로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자꾸 또 자꾸 문을 두드려보는 것이 필요한 일.’이라고요.      


대중음악의 반대말은 순수음악인가요. 대중이 ‘수많은 사람의 무리’라면 순수음악과의 변별은 듣는 자의 머릿수로 하나요. 얼마나 많으면 ‘수많은’ 사람이 되나요. 백 명, 천 명 훨씬 많아야 하나요. 이를 박아 넣을 여지만 있으면 진위와는 무관하게 망가지고 부서지고 박살 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요. 발화되는 순간 대중이라는 물살에 휩쓸려버릴 백척간두의 운명일 텐데요.  


Q는 제 시가 너무 길다고 합니다. 그런가 싶어 짧게 줄이다 보니 가시만 남아요. 원래가 무슨 맛인지 느껴지질 않습니다. 다시 길게 쓰다 다시 줄이다가 길을 잃고 맙니다. 열받아서 원래로 돌아가려 해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가상의 독자를 앞에 앉혀놓고 글을 쓰라던 누군가의 조언이 생각나는군요. 그 앞에서 모두들 쓰고 싶은 것 다 쓰는 하루 되십시다.       


JTBC Voyage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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