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한 분의 곁에 <행복론>이 놓여 있었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책에는 밑줄과 메모가 가득했다고요. 고독한 행복, 행복한 고독 어느 쪽이 가능할까요. 고독하다는 말도 행복하다는 말도 상태를 표현하는 말일 텐데요. ‘고독한 행복 = 행복한 고독’ 그게 그 말일 것도 같네요.
하지만 ‘고독사’에서의 고독이란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상태의 감정 아닐까요. ‘감정의 상태 ≠ 상태의 감정’라고요. 나는 지금 고독해, 가 아니라 지금 이런 상태는 고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요. 결과적으로 떠밀려간 낭떠러지 같은 상태가 고독일 테니까요.
돌아가신 분에게 책은 무엇이었을까요. 병과 가난과 허기와 벌레에 떠밀린 그에게 책이 희망과 위로를 주었을까요. 언젠가 저 책을 읽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인생의 무상함만을 느끼셨을까요. 좋은 책을 열심히 읽어도 구원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기초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예술이란 음풍농월에 불과한 것일까요.
책은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허기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글자들이 흑미 밥알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떠다니는 먼지가 더운밥의 훈기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먹고살기 힘든데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책값이 싸다고들 하지만 배고플 때는 책보다 국밥 한 그릇이 훨씬 소중하니까요.
그러나 전쟁이 한창이던 때 수용소에 있던 여자들을 살게 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붉은 루주였다는 책이 기억납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 삶을 추동하는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책인가요, 밥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