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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13. 2024

꽃의 아비투스


흰 바탕에 검은색으로 꽃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전철 초입 꽃을 팔고 있는 편의점입니다. 꽃이라는 글자는 어쩜 이렇게 꽃 같을까요? 가지가 많고 잎도 많고 꽃도 많은 그런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花는 艹(초두머리 초)에 化(될 화) 자로 이루어지는 형성문자인데요. 원래는 땅속에 뿌리를 박고 꽃을 피운 모습을 그린 芲(꽃 화) 자가 ‘꽃’이라는 뜻이었답니다.


모두 생동하는 꽃송이로 느껴지는데 흰 바탕에 꽃 글자라니, 흰 국화, 흰 백합을 지나 향냄새로 이어지네요. 축하와 응원과 고백의 꽃이 애도와 이별의 꽃처럼 변하다니 역시나 色은 生인가 봅니다.


부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Habitus)는 개인의 취향이 배경, 가치관, 분위기, 종교, 사상, 권력, 계층 같은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용어인데요.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이것들 중 권력이야말로 아비투스의 절정이라고요. 그렇다면 꽃의 최상위 권력은 색이 아닐까요. 똥도 올 칼라로 적혀 있으면 꽃처럼 읽힐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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