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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08. 2024

아 다르고 어 다르니까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그래그래 하면서. 그런데 끝맺는 말이 '아님 말고', 일 때 맥 빠진다. 뭔가 주장할 때마다 자꾸 그러면 화가 난다. '아닐 수도 있지만', 했다면 조금 나았을 것 같다. 그 말이 그 말이지만 조금 다르다. 전자는 던지고 사라지는 느낌, 후자는 조심스럽게 내미는 느낌.


동네 수선집 사장님의 기준은 나의 것과 일이 밀리 차이가 난다. 끝 선을 표시해 가는데 예상보다 늘 짧다. 접힌 원단의 바깥인가 안인가의 차이. 동절기 옷감의 두께 탓에 끝 선은 차이가 커지기 때문. 두 번 낭패를 보았으니 이제 일이 밀리 길게 표시해 갖고 가거나, 정확히 말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다.


또 싫어하는 말은 '어쩌라고!' 이런 말을 들으면 대번에 싸우고 싶다. 어쩌긴 뭘 어째, 하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따따따따 쏘아대겠지. '어쩌면 좋을까'라고 했다면 함께 고민하고 최선책을 모색하게 된다. 공동의 볼이 되면서 즐거이 주고받을 수도 있다.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기, 한계를 표시하기.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그렇게 약간 열어두는 자세가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것 같다. 아와 어는 아주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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