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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25. 2024

대형마트 반성문

식품코너에서 일단 한번 드셔보세요,라고 말하면 이쑤시개를 집어 들고 천천히 ‘드셔’ 봅니다. 먹어보게 하면 구매한다는 마케팅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돌아보면 역시나 한 봉지 집어 들고 카트에 넣었습니다. 고맙다고 맛있게 드시라고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인사하시는 판촉사원 분께 뭔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기분까지 드는군요.      


계산대 근처를 떠도는 카트에는 뭔가 담겨 있습니다. 집어드는 것까지는 도달했으나 계산대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정신을 차리는 겁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다는 자각이 계산 직전 찾아왔지요. 마트의 광대한 면적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성을 되찾고 차분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요. (물론 계산대 근처의 자잘한 유혹을 이겨내야...) 구매를 취소한 물건들의 작은 동산은 재미있습니다. 초콜릿과 슈크림빵과 양배추와 오징어와 삼겹살을 지나 속옷과 장난감까지...      


마트에는 이렇게 최종 계산에 이르지 못하고 유기된 상품들을 모아 재진열하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조용히 말을 건넬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마음 상하지 마라, 다음엔 주인을 만날 거야. 조금 구겨지고 찢긴 포장도 있을 겁니다. 파양 된 아이처럼 회복 불가능한 흔적이 생겼을 수도 있고요.


파코 언더힐은 ‘쇼핑은 과학이고 벗어날 수 없는 생활의 일부이자 즐거움’이라고 말합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쇼퍼들을 관찰하고 분석한 사람이지요. 죽을 때까지 쇼핑을 하는 동물이 인간이니까요. 레이첼 카슨은 ‘우리는 행복해질 거예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사랑스러운 것들, 해돋이와 해넘이, 만에 비치는 달빛, 음악, 좋은 책, 지빠귀의 노랫소리, 지나가는 야생 거위의 울음소리를 함께 즐길 거예요.’라고 말합니다. 생각해 보면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행복이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나 백화점인 경우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대형 마트에는 자주 가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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