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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27. 2024

글쓰기의 동력

집 앞 버스정류장이 사라졌습니다. 바닥에 현장감독의 전화번호만 남아 있어요. 벌써 일주일이나 되어갑니다. 눈비에 피할 곳도, 어르신들 앉으실 곳도 없고요. 도착시간 안내도 볼 수 없고요. 공사 이유와 완성예정일정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전화를 걸까 망설입니다. 문자로 물을 수도 있겠지만 사적인 번호라 실례가 아닐까 싶고, 업무에 방해가 될까 싶기도 하고, 번호를 남길 정도니 어련히 알아서 해줄까 싶기도 합니다. 게으름과 무관심과 망각과 약간의 두려움이 더 큰 듯도 하네요.


글을 모르시던 할머님들이 지역신문인 <진안신문> 글쓰기 수업을 통해 기자가 된 기사를 읽었어요. 창피함에 한두 줄 쓰기도 힘들었는데 이제 글을 통해 진안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오전 9시 반, 오후 4시 반 두 번 뿐이던 동향면 버스에 오후 2시 버스가 생긴 겁니다. 모두의 시간을, 인생을 벌어줬어요. 당시 정 씨 할머니는 "버스가 왜 사람을 안 태우고 가? 나뿐사람이지, 어찌 그럴수가 있을까?”라고 일갈하셨다고요. 할머니 멋지세요.


글쓰기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용도는요? 둘은 비슷하네요. 그렇담 동력은요? 구체적인 해법이 되고 창구가 되는 글쓰기는 건강한 동력이 되어줍니다. 모두를 위한 말하기도 물론 그렇고요. 저도 용기를 내어 문의를 해보겠습니다.

2024. 2. 24 미디어오늘 캡처

p.s. 사진은 할머님과 발달장애 어린이들의 글쓰기 수업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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