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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r 12. 2024

지도

지도를 보는 사람이 있나 보다. 책을 보는 사람이 사라질 거라고 했지만 그 물성을 못 버리는 사람이 있듯이, 페이지를 넘겨가며 지상을 지면으로 옮겨둔, 입체를 평면으로 출력한 지도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그는 상상하는 사람이고, 노정의 전부를 정확히 짚어보는 사람이고, 그림과 현실의 격차를 감안하는 사람이고, 현실 속의 무한 변형을 예감하는 사람이다.


지도집은 지도를 파는 집이고 지도가 사는 집이고. 찾아간 지도집에 찾던 지도가 사라졌을 수도 있고, 지도에는 있으나 사라진 장소도 있겠지. 오래전 거리를 채색한 사진을 보면 이물감이 전혀 없다. 그 거리가 이 거리이고, 그 사람들이 이 사람들 같다.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무한 중첩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중의 우주에 무한의 시공간이 열려있는지도. 졸다 깬 낯선 동네의 감각처럼. 우리는 한 마리 전서구처럼 서둘러 날아가지만 다른 세상에서 헤매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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