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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r 23. 2024

십자의 하루

십자 건널목 바닥의 도색작업을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검고 희고 반듯한 선을 따라 뛰어 건널 아이들을 그려봅니다. 십자의 중앙쯤에서 저쪽 친구를 만나 신나게 장난도 치겠지요. 십자, 십자는 중요하고 고귀한 것들을 상징합니다. 십자가도 십자인대도 십자수도 신발끈을 묶는 시작도 십자 형태로 시작됩니다. 건물마다 십자로 철제를 얽어 시작되는군요. 거리거리 걸음걸음 십자는 빠지지 않습니다. 머리를 들면 V자로 자라는 나뭇가지 속에 숨은 무수한 십자가 보입니다.


각도에 따라 십자는 X자가 됩니다. 십자가 반복되다 보면 엉키기도 합니다. 꼬인 실타래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풀어야 한다는 드라마 대사가 기억나네요. 성급히 묶인 매듭은 풀어지기도 하고, 묶이는 게 싫어서 달아나다 끊어지기도 합니다. 거칠게 끊긴 끄트머리는 상처 같아 오래도록 회복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저절로 느슨해지는 묶음도 있고요. 어떤 연대는 많은 마음들이 서로를 내주고 받아들이며 이어집니다. 십자인가 X자인가는 보는 각도에 좌우됩니다. 십자십자 하다 보면 심자심자 같고 살자살자 같고 씹자씹자 같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는 확연한 과거와 엮여 십자처럼 귀한 오늘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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