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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r 22. 2024

그 사랑은 끝난다고 말했잖아요

짧은 엽서가 왔어요. 안부를 묻고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입니다. 다시 보니 몇 달 전 문학기행 갔다가 나에게 보낸 편지였어요. 어쩐지 필체가 낯익더라니. 카톡에 문자에 메일에 편지에 우리의 당부는 비슷비슷합니다. 잘 지내라고, 건강하라고, 곧 만나자거나 사랑한다거나 보고 싶다는 고백일 때도 있지요. 전쟁 때 포로들이 집으로 보낸 편지도 마무리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안녕'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가 싶습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반복되는 기도 같습니다.


벨레로폰의 편지는 "이 편지를 가져가는 사람을 죽여주세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수많은 익명의 편지들이 여기저기 꽂혀있는 것 같습니다. 이 음식을 계속 먹는 사람을 아프게 할 수도 있고, 이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사람을 곤란하게 할 수도 있고, 이 마음을 고집하는 사람을 시련에 빠지게 할 수도 있고…


어여쁜 이들의 연애가 연일 소란스러웠습니다. 환승연애라며 질타하기도 하고, 끝내지 못한 자의 미련이 자초한 일이라고도 하고, 깔끔하게 맺고 끊지 못한 자의 책임이라고도 합니다. 이 불온한 관심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보편적 집착 아닐까요. 왜인지 내가 이별을 당한 것 같고, 내 사랑은 영원해야 한다는 집착도요. 모든 사랑은 끝이 난다고 제가 말했잖아요. (아는 척) 이별의 정확한 표현도 못한 채 희미해지기도 한다고요. 이럴 땐 김광진의 <편지>를 들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하다 보니 이 노래 이전에도 불렀던 것 같네요. 모든 사랑은 끝나지만, 무언가를 배우게 됩니다. 그게 사랑의 역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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