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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r 30. 2024

작업 환경에 대하여

릭 루빈은 <창조적 행위:존재의 방식>에서 작업 환경에 대해 말합니다. 앤디 워홀은 텔레비전과 라디오, 레코드 플레이어를 동시에 틀어 놓고 작업하였고요. 래퍼 에미넴은 TV 소리만 들리는 장소에서 곡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요. 마르셀 프루스트는 방음 효과가 있는 코르크를 벽에 붙이고 커튼을 닫고 귀마개까지 착용했다고요. 카프카는 "은둔자가 아니라 죽은 사람처럼" 극단적인 수준의 침묵을 필요로 했다네요.


저는 작업의 단계에 따라 다릅니다. 초고를 쓸 때는 약간의 배경음(tv, 말소리, 음악 등)이 편안하고요. 퇴고할 때는 소음방지 귀마개나 고전음악을 듣습니다. 지금 버스에선 여자분의 나지막한 통화소리가 계속 들려요. 운전에 방해되시지 않을까, 하고 보니 기사분의 음성인데요. 귀를 쫑긋하니 내일 쉰다 보자, 지난주에 봤어도 또 보자, 보면 좋지, 약속 있으면 할 수 없지, 다음 주에는 보자고 하십니다. 고개를 옆으로 빼고 다시 보니 남자분이시네요.


나의 글에 대한 타인의 피드백은 큰 영향을 주고야 맙니다. 귀 기울이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많습니다. 너의 시는 어려워, 모르겠다는 말에 풀고 사족을 달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망작이 나오기도 합니다. 락 루빈은 이에 대해 "최선을 다해 내 직감을 따랐고 매번 주변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변 사람들보다 우주를 따르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라고 말합니다. 제 경우 최선의 피드백은 약간의 시간과 거리 같아요. 나에게 메일이나 톡을 보내고 조금 지나 읽는 거죠. 글의 형태도 pdf로 만들어서 보면 타인의 글 같습니다. 약간의 객관성이 확보되거든요.


릭 루빈의 다음의 말은 꼭 공유하고 싶습니다. "간섭은 내면의 목소리에서도 나올 수 있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중얼거림이 그것이다. 내가 충분하지 않다고, 재능이 없다고, 아이디어가 별로라고, 예술에 시간을 투자하는 건 낭비라고, 결과물이 결국 환영받지 못할 것이고 작품이 성공하지 못하면 나 역시 패배자라고. 이런 목소리의 볼륨을 낮추어야만 때를 알리는 우주의 시계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가 우주의 신호에 참여할 때를 알리는 종소리를."


버스에서 종소리가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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