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인데 거짓말도 못하고 하루가 가네요. 아, 누군가 저에게 돈을 보냈는데 그게 누군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생일을 축하한다’는 이름인데, 생일은 이미 두 달 전에 지났는데 뭘까요. 송금한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만우절이라 선의의 장난을 친 걸까요?
4월 1일을 맞아 (뜬금없지만) 같은 제목의 제 시 한 편을 올립니다.
4월 1일
무덤 위에서 해봤어? 등을 받쳐주는 둥근 체위 스커트 물들이는 풀빛 위로 해를 가리는 새떼들 위로 빠르게 그어지는 비행운 위로 너무 환해 볼 수 없는 햇무리 위로 뻥 뚫어진 허공 위로 하염없는 순간, 맞춤한 이 가봉으로 뭘 만들 수 있을까 모르지만 한 번의 이 옷을 나는 사랑해, 사랑해 헐떡이며 가윗밥을 넣었지 그게 아니라면 완만한 주검에 주름졌을 거야 바늘땀 사이 삭아가는 옷깃이 보였을 거야 심장에서 모든 게 생겨난다 했지 심장에 가닿는 핏줄, 핏줄에 이어지는 장기들, 싱싱한 이 심장을 네게 바칠까 해 그런데 심장은 어디서 오니 심장의 심장은 어디서 오니 콧구멍에 마늘 박은 채 춤은 어떻게 추니 뜨거운 키스가 어떻게 가능했던 거니 입술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시간, 출렁이는 무덤 위 우리라는 이 만우(萬愚)
(김박은경, 시집 <중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