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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Apr 17. 2024

글이 안 써질 땐 글쓰기 책을 읽지 말아요

2008년 여름의 책, 김영하의 <여행자. 도쿄>를 다시 읽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처음에는 여행자가 여행안내서를 선택하지만 한 번 선택하면, 그 한 권의 책이 여행자의 운명을 결정한다고요. 여행자는 자신이 선택한 책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요. 그래서 롤랑 바르트가 한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는 말을 이상한 방식으로 떠올리게 된다고요. 여행안내서인 론리 플래닛은 여행자들이 만든 책이지만 여행자에게는 여행안내서를 읽으며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요.    


롤랑 바르트의 말도 그 말을 인용한 김영하의 말도 어떤 은유처럼 느껴집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같아요.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으면 뭔가 될 것 같은데요. 글이 잘 안 써질 때 그런 책을 찾아 읽게 되잖아요. 저도 찾아 읽고 있는데요. 사실 그런 행동은 도피에 불과할 수 있어요. 중심부를 외면한 채 가장자리만 도는 거죠. 글쓰기가 안 될 땐 그 절망감을 견뎌야 하지 않을까요. 안 써진다, 왜 안 써지지, 왜 이러지, 안 써지니 쓰기 싫다, 하면서도 기다리는 거죠. 글쓰기와 무관한 새로운 짓을 하는 것이 좋았어요. 걷거나 물구나무를 서거나 음악 혹은 영화를 잠깐만 보는 거죠. 그러면 갑자기 뭔가 쓰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제 경우는 그랬습니다.      


p.s. 정말로 론리 플래닛 최신판을 들고 다니던 때가 있었어요. 시부야에서 책만 믿고 한 상점을 찾아다니는데 없어져서 반나절이나 허비한 기억이 납니다. 억울하고 화가 나서 동행한 분과 대판 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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