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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Apr 25. 2024

내 글의 피와 살과 뼈

모두들 쓰기만 한다고, 읽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른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아쉽고 창작의욕이 꺾이고, 쓴 글을 올릴 마음도 식어간다고요. 그럴 수 있습니다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모두들 쓰기만 하는 거 좋아요. 좋아요도 좋고 다 읽지도 않은 채 누르는 좋아요도 좋아요. 다 함께 달리는 기분입니다. 달리기 바빠서 상대의 달리기를 마음 담아 보지 못해도 함께라는 게 좋아요. 읽고 볼거리가 얼마나 많은가요. 릴스, 쇼츠에 유혹되지 않기란 얼마나 힘든가요. 유튜브의 추천 동영상은 또 어떻고요. 나를 속속들이 파고들고 나의 관심사를 알아차리고 예측하고 끌어들이는 일분일초의 (시간과 에너지와 금전 등의) 갈취가 난무하는 위험한 이 골짜기를 직선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요.


루시드폴은 말합니다. 배우는 건 중요하다고요. 하지만 많이 배우기만 한다면 그건 많이 먹기만 하는 것과 같다고요. 소화되지 못한 채 위 속에 쌓여만 가는 음식물처럼, 내가 배우고 받아들인 것이 아직 내 '음악 위장'에 쌓여 있다고요. 소화를 제대로 시키려면 걷고, 뛰고, 운동을 해야 하듯, 부지런히 연습을 해야 한다고요. 그런다고 해도 내 노래의 피와 살과 뼈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대부분은 그냥 똥이 되어버린다고요. 맞습니다. 내 글의 피와 살과 뼈!


다들 쓰고 또 쓰고 그것 중 아주 일부를 읽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더 좋은 건 이토록 신실하게 (물론 저 또한 기복이 있지만) 쓰고 싶어 하는 마음들을 확연히 읽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덜 외롭습니다.

용기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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