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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Apr 26. 2024

용기를 내는 용기

윤석남 화가, 39년 생. 불혹의 나이에 남편에게서 한 달치 생활비를 받아 화구를 샀답니다.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며 어려움이 없었냐는 말에 없었다고 답하시는데요. 왜냐하면 너무너무 그리고픈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라고요. 그는 말합니다. 여자가 이기적이면 좀 어떠냐고요. 인터뷰 일부를 옮깁니다.


"예술적인 조예나 능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그걸 하고 싶다는 욕망과 실천하는 힘이 중요한 거지. 가장 먼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야. 외국에서는 교육 방식이 자유롭고 은퇴할 나이에 무언가를 시작해도 눈총을 받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자유로운 사상이 힘든 편인 것 같아. 어릴 때 정형화된 틀에 갇혀버리면 그걸 깨기가 힘들더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귀한 일이든, 흔한 일이든 상관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해. 자기만족이 최우선이 돼야 하고 우주의 중심을 자기 자신에게 둬야 해. 자기 자신을 믿고, 나는 나대로 가는 거야." (우먼센스 2020.6.24)


일하고 틈틈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과연 최선일까요. 조금만 먹고 일은 그만두고 하고 싶은 그 일만 하면 어떨까요. 퇴근하고 고단해서 졸며 잠들면 꿈은 언제 이룰까요. 먹고사는 일도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며 산다는 건 백척간두에 서서 저글링을 하는 거 아닐까요? 내일을 알 수 없는데 더없이 소중한 지금을 허비하는 건 아닐까요? 40부터 몰두해서 지금의 위업을 이루신 윤석남 화가, 그가 만일 먹고사는 일과 병행하여 그림을 그렸다면 지금에 이룰 수 있었을까요?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먼센스 2020. 6 윤석남 화가의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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