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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Apr 30. 2024

의심이 필요해

조지 샤펠과 로리 샤펠이 4월 7일 62세로 세상을 떠났답니다. 여성 샴쌍둥이로 태어난 이들은 두 몸을 가졌지만, 두개골이 연결돼 있어 뇌와 필수혈관 30%를 공유했다고 합니다. 다정한 얘기를 나누는 친구들처럼 머리를 바싹 대고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나란히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의 한 병원에서 6년간 일을 했고요. 조지가 컨트리 가수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병원을 그만두고 함께 독일, 일본 등지로 공연 투어를 떠나기도 합니다. 서로에게서 떠날 수는 없지만 프라이버시를 가졌고, 로리는 조지가 컨트리 음악 연습을 할 때면 함께 음악실에 조용히 머물며 동생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요.

(연합뉴스 2024. 04. 14)


이런 기사를 읽을 때면 사진을 먼저 찾아보게 됩니다. 호기심이 앞서는 거죠. 그리고 나면 고맙고 대단하고 안쓰럽고 멋있고 아프고... 무수한 반사적 감정들이 이어집니다. 호기심이라는 것, 이 저속한 동기는 후진적 근대인들에 비해 별로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이고로트족은 자동차와 엑스레이 기계 등과 함께 전시됩니다. 30여 개 원주민 부족 1000여 명이 전시되어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다고요. 이들은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노출이 심한 전통의상만을 강요당했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개를 먹는 의식을 치르던 이고로트족은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매일 개를 잡아먹어야 했다고요. 울타리가 허술했지만 탈출하지 못했는데 탈출한다고 해도 미국의 낯선 도시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죽은 뒤에는 연구용으로 해부되거나 박제되어 박물관에 전시되었다고 합니다.


이형과 기형의 존재들을 모아 전시하고 서커스에 동원했던 이야기도 기억나는군요. 나와 다르면, 우리와 다르면 이형이 되고 기형이 되어버리지요. 그렇게 따지자면 우리는 늘 과거의 자신의 이형입니다. 점점 자신의 기형이 되겠지요.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의 작동은 내부로는 스며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마음속은 그대로니까요. 나도 모르게, 거의 반사적으로 사로잡히는 감정도 사람도 상황도 의심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냉정하게 내려놓아야 합니다.

시사in 2021.10.24 (1904 세게박람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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