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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01. 2024

절망과 희망의 맛

절망(絶望)은 끊을 절에 바랄 망을 씁니다. 희망(希望)은 바랄 희에 바랄 망을 씁니다. 망(望)은 바라다, 기다리다, 기대하다, 그리워하다는 의미로군요. 바라기를 끊어내는 것과 바라기를 바라는 것은 양극단에 존재할 텐데, 언제나 마음이 그들을 조율하는 축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마음만 있다면 끝나도 아주 끝나지는 않습니다. 마음만 있다면 미약하나마 후일을 기약하게 됩니다. 그것이 미련이 되기도 하지만요.      


절망과 희망은 서로의 대극에 있을까요. 절망은 나쁘고 희망은 좋을까요. 절망도 희망도 없는 것은요. 절망과 희망이 함께 있는 것은요. 천국은 절망이 사라지고 희망만 남는 곳일까요. 절망도 희망도 없다면 거룩한 평화가 올까요. 절망이 있어야 희망이, 희망이 있어야 절망이 존재감을 부각하게 되는 것도 같고요. 절망도 희망도 없이 슴슴한 순간을 맞이하면 아아, 심심하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어, 하며 복에 겨운 한숨을 쉬기도 하지요. 약간의 희망과 약간의 절망을 적절히 첨가한다면 강력한 향신을 더한 듯 희망의 맛은 더해지고 절망의 맛은 견딜 만해지는 것 같습니다.      


바라고 바라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은 언제나 공간이 필요할 텐데 시공간을 뒤흔들어 창조하는 힘은 행동에 있습니다. 밀가루 반죽하듯, 머랭치듯 시간을 들여서 오래 애를 써야 근사해집니다. 물론 오래 애를 써도 망칠 수 있는데 그 정도는 되어야 후회를 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 만큼 했다, 더는 할 수 없다는 확인이 끝나게 되니까요. 마라톤 끝나고 손등에 찍히는 도장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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