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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01. 2024

오해의 맛

스핑크스가 오색찬란했다지요. 그리스 고전 조각들이 간직한 고귀하고 고아하고 순결한 백색미가 실은 탈색의 결과물이었다고요. 서양 문화에서 흰 대리석이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의 상징이었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형형색색 찬란한 장식과 채색으로 그들의 조각상을 완성했다고요. 그것도 모르고 오해했던 거죠.      


너무 친절했는데 그게 가식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적이 있어요, 많아요. 나만의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내 오해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하고요. 점잖고 올바른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그도 아닌 경우도 있고요. 타인에게 내가 그러기도 했을 겁니다. 사실 내가 당신 별로 안 좋아해, 사실 내가 그렇게 올바른 인간이 아니야, 그런 걸 다 오픈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정직이 최선이기는 하지만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믿어 의심치 않을 일들에 대한 의심이야말로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책이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게 최선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적당히 속아주는 게 건강과 평화에 좋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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