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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10. 2024

순간 코너서

콜린 마샬은 "코너서(Connaisseur)"에 대해 말합니다. 단어 자체는 감정가를 의미한다는데 무언가를 더 깊게 감상하려고 배우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작가는 와인 코너서를 예로 들어요. 이런 자세 동의합니다. 조금 알고 보면 전혀 달라지니까요. 산재한 유적지를 그냥 돌면 돌덩어리, 기와 조각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런데 조금이라도 알고 보면 신기하고 놀랍고 애잔하여 쓰다듬고 싶어지지요.


요리 코너서의 눈으로 보면 매번 그게 그거인 재료들이 빚어내는 하모니가 회오리 같아요. 된장찌개에 꽃게 다리 넣으면, 차돌박이 넣으면 전혀 다른 맛이 나니까요. 요리가 지겹다면 코너서의 자세로 바라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작가는 또한 (한국요약금지 중)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회를 보면 모든 것이 훨씬 더 흥미로워진다."라고 말합니다.


오늘의 환승역에서 동네 한 바퀴 돕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곳인가 봅니다. 아시안 마트가 있어요. 베트남 커피며 식자재들이 보입니다. 오픈은 아홉 시. 코너를 도니 텅 빈 가게 터가 나옵니다. 꽤 넓은 매장 벽은 뚫려 작은 정원(?)도 보이고요. 그 바로 아래, 벽지가 뜯기고 페인트칠이 벗겨진 위로 손글씨로 쓴 시 한 구절이 살아남았습니다. 가게를 오픈하던 시간의 설렘과 기대, 첫 손님의 방문, 그리고 매출은 오르다가 내리다가 장사를 접기로 결정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한숨과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다음엔 어떤 모습일지 더 좋아지는 쪽이기를 기대하고 있을게요. 슬슬 걷다 보니 생기가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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