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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23. 2024

빨간 스커트

저 치마 사고 싶었어, 말하자 L은 웃습니다. 입지도 않을 거면서, 하면서요. 맞아요. 빨간색이라면, 그 것이  옷이라면 보지도 않고 거부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치마, 자꾸 눈에 선하네요. 흰 면 티와 입으면 예쁘겠어요. 얇고 가벼워 보이니 한여름에도 입기 좋고요. 여행 가서 입으면 딱이겠어요. 두 번은 안 사고 참았는데 과연 끝까지 안 살 수 있을까요. 어서 그 스커트가 팔렸으면 좋겠어요. 예쁜 빨간색이 무슨 죄, 싫다던 색이 좋아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에서는 영국의 인류학자 힐의 연구가 소개됩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열린 네 가지 격투 경기의 승부를 조사한 결과 모든 경기에서 빨간색을 사용한 쪽의 승률이 높았다는군요. 승률 55%로 파란색보다 10퍼센트나 높았다고요. 실력이 팽팽한 선수의 시합만 선별해 보면 무려 20퍼센트까지 차이가 났다고요. 빨간색이 승부욕을 높여준다고요. 관련한 재밌는 연구로는 금화조는 가슴 깃털이 빨간색인 새와 녹색인 새가 있는데 빨간색 쪽이 먹이를 잘 먹고요. 녹색 깃털의 새의 가슴에 빨간 페인트를 칠했는데 그 새가 먹이를 취하는 양이 늘어남을 확인했다는군요.


빨간 옷에 홀리다니, 뭔가 생동하는 쪽으로, 역동적인 충동의 세계로, 자유로운 분출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일까요? 엄마 이모 고모 할머니의 빨간 옷들은 그런 내재적 충동의 발현일까요. 그나저나 그 빨간 스커트를 살까요. 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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