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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30. 2024

나라는 상품


읽고 있다. 읽고 있는데 그 여행을 떠난 사람의 아침이 시작되자마자 생균전문관리유산균을 읽어버리는데 오늘따라 무지갯빛으로 영롱하게 도열되어 있다. 다시 여행이 시작되지만 몇 걸음 지나기도 전에 다시 유산균이 등장하고 이어 죽어가는 개와 귓속 이명과 본인만의 찌개 레시피와 울퉁불퉁 나잇살과 눈앞의 날파리와 타임 특가 상품들이 로켓으로 날아가 불을 뿜고 있다. 이것을 쓰고 밤이 다시 돌아왔다고 하고 아무나 못 받는 난청 정부지원금 밑으로 식후 혈당이 뚝 떨어진다는 해시태그 해시태그들.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다른 곳을 헤맨다. 내가 언제 저것들을 원한 적이 있던가. 이런 피로감을 방지하고 싶다면 책을 읽으면 된다.


"어떤 서비스가 무료라면 당신이 상품이라는 의미"라는 세스고딘의 말은 참, 동감, 공감. 그 말에 대해 더 궁금해서 포털을 검색하다 보면 다시 지난 날의 우연하거나 집요한 검색어들과 함께 길을 잃게 되겠지.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것들이 생길 때 검색을 시작하면 안 된다. 책의 귀를 접어두거나 메모를 해야 한다. 바로 알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한다면 다시 책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정말이지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읽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래도 시집은 희망이 있다. 한 편만 읽고 덮고 자발적으로 유배되는 맛이 있으니까. 한 편 한 편의 우주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기대하면서 이 시를 또 읽는다.

최승호, 눈사람 자살 사건, <눈사람 자살 사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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