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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y 31. 2024

자발적 고립

줄줄이 앉아 있다가 끝 좌석이 나면 다들 주춤주춤 앉지도 서지도 않은 자세로 이동합니다. 끄트머리에 자석이라도 있는 것처럼요. 타인에 대한 불편함, 타인과 몸 닿음에 대한 불편함이 있으니까요. 온전히 혼자 앉아 있는 즐거움이 있으니까요.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히고 다치는 하루, 이리저리 치이는 하루, 원치 않는 시선과 대화의 하루로부터 가능하면 멀리 있고 싶은 마음이지요. 자발적 독방의 시간, 무심히 달리는 전철. 다들 끝자리로 가는 덕분에 중간 자리에서 독좌하게 되었습니다. 전철은 갑작스러운 환자 발생으로 조금 연착한다는 방송이 나옵니다. 다들 놀라서 주위를 살피는데 당신은 아니고 당신도 괜찮고, 다른 칸의 일인가 봅니다. 좋아지기를, 괜찮기를 다들 무사귀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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