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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un 09. 2024

귀찮지만, 써보자는 마음에 대해

“귀찮지만 써보자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귀찮지만 써보자, 는 마음‘인 줄 알았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귀찮지만, 써보자는 마음‘이라고 해야 맞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쓰면 나도 즐겁고 남도 즐겁다고 말하며 영화평 쓸 때의 예를 들고 있다. 7천 자에서 8천 자, 길 때는 1만 자가 훌쩍 넘는 평을 썼는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장면에 대해 궁금해하며, 눈물을 흘린 장면의 이유를 찾아가며 이것저것 쓰려니 '귀찮지만 써보자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쓴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나만 재미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썼더니 게재될 곳까지 생겼고, 결과적으로는 책까지 내게 되었다고. 이 책의 제목은 <내가 읽고 싶은 걸 쓰면 된다>에 부제는 “단순하고 강력한 글쓰기 원칙”이다.      


범람하는 쇼츠의 시대, 제목만 보아도 보고 싶은 영상물의 광포한 낚싯줄 아니 저인망이 포진하는 시대(언제나 그렇다고들 하지만)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희귀종이다. 다들 읽지는 않고 쓴다고,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쓴다고 비난하지만 무수한 욕망들을 이겨내고 자판을 두드리는 인간들은 별종 맞다. 귀찮지만, 써보자는 마음에 사족을 붙이고 싶다. 놀고 싶지만, 다른 거 하고 싶지만, 자고 싶지만, 먹고 싶지만, 나가고 싶지만, 눕고 싶지만 써보자는 마음이라고. 밥 해야 하지만, 청소해야 하지만, 쓰레기 버리러 나가야 하지만, 정리해야 하지만, 써보자는 마음이라고. 그렇게 쓰고 있는 글은 당연히 내가 읽고 싶은 글 아니겠는가.  무엇을 위해 쓰는가, 묻는다면 답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누구를 위해 쓰는가, 묻는다면 자기 자신을 위해라고 말하겠다. 왜 쓰는가, 묻는다면 좋아서 쓴다고 하겠지. 쓰지 않고는 버틸 수 없어서 쓴다고 하겠지. 다들 멋지다.           

서울공예박물관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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