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히로노부는 말한다. "평상시에 그냥 떠들며 지내는 시간은 빈둥거리며 길을 걷는 것과 같다.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풍경을 바꾸기 위해,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가기 위해, 나는 괴로워도 산을 오르듯 글을 쓴다. 등산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길 길 하다 보면 글 같고, 글 글 하다 보면 길 같다.
길이라고 쓰고 글이라고 읽는다. 글이라고 쓰고 길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조금 닮았고 조금 다른데 길은 세로로 이어지고 글은 가로로 이어지는 것 같고. 길은 길로 이어지고 글은 글로 이어지는 것 같고. 길은 끝없는 지향 같고 글은 너른 반석 같다. 길은 무한한 허공 같고 글은 무한한 지평선 같다. 글을 쓰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길을 가다 보면 글로 쓰고 싶은 것들이 생각나고. 길 위에는 사람들이 있고 글 속에도 사람들이 있고. 길은 여럿이 가는 것 같지만 움직이는 주체는 나 혼자라는 것. 글 속에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지만 생각하고 발화하는 주체는 나 혼자라는 것. 글과 길은 다시 이어져 글이 길이 되고 길이 글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