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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un 12. 2024

방아쇠를 당기다가

무엇을 쏘았던가, 생각합니다. 명중도 못 시키면서 뭘 그렇게 쏘아댔을까요. 오른손잡이인데 왼손으로 방아쇠를 당겼을까요. 왼손 중지가 움직이질 않아서 식겁했습니다. 물리치료받고 손 덜 쓰고 지내고 있어요. 자판을 간신히 두드릴 수는 있으니 다행입니다. 초반에 치료해야 한다지요. 주사를 맞을지 고민 중입니다. 스테로이드의 마법을 익히 알고 있지만 천천히, 다독여가며 열기를 식혀가며 낫도록 애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글을 시간으로 쓴다, 마음으로 쓴다, 엉덩이로 쓴다 등등 생각했지만 손가락으로도 쓰는군요. 방아쇠수지증후군, 힘줄염, 대체 뭘 얼마나 잡고 늘어졌는지. 무엇에 그렇게 천착했는지 반성 중입니다.


오늘의 최고 좋은 일은 거북이가 스스로 먹이를 먹고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 마음고생 몸고생 많았습니다. 저도 거북이도요. 노쇠하여 먹지 않고, 눈병이 다 나았는데도 먹지도 않고 통 힘이 없어서 바나나즙을 먹이다가 인기 좋다는 먹이를 수급, 핀셋으로 입에 넣어드렸습니다. 맛이 좋은지 처음엔 다섯 알, 점차 15알, 20알까지. 매일 35도의 물에서 10분 목욕, 비타민을 주사기로 먹이기, 수질 오염 개선. 일광욕 신경 쓰기 등등. 그랬는데 세상에 오늘은 새우를 적극적으로 먹습니다. 아, 그저께는 베란다로 살금살금 (잠시) 난입하기도 하였습니다.      


일전에는 함께 절에도 다녀왔습니다. 병원 데려갔다 오던 길에 안고 부처님께 인사도 드리고, 세상 구경도 좀 시켜주고, 풀밭에서 놀기도 했어요. 제 품에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보았는데요. 그게 거북이의 마지막 소풍이 아니기를, 다시 기운을 내서 매일매일 거실로 쳐들어오기를 바랐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될 것 같아요. 거북이가 건강해진 것처럼 제 손가락도 건강해질 거라 믿고 있습니다. 기도는 기본이고요. 이 기회에 저는 해야 하는 일의 시간은 좀 줄이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시간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라는 병증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면서요. 모쪼록 모두 건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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