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어요. 이 차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감하면서도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어요. 생로병사가 무섭고 슬픈 까닭입니다. 문병을 가고 부고를 듣고 누군가를 돌보는 일들에 함께 아프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나무 같은 것으로요. 그들도 마냥 편치는 않겠으나..
얼굴이 잘려 죽은 코끼리 곁을 떠나지 못하는 코끼리들을 봅니다. 그들은 그 일을 절대로 잊지 못하겠지요. 어린 코끼리를 길들이는 파잔의식도 생각납니다. 끝없는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도, 이유도 모른 채 다치고 죽는 숱한 사고들도요. 또 감전사한 청년의 뉴스도요. 더운데 마음은 춥습니다.
먹고살고 즐겁고 슬프고 좋고 나쁘고 이해할 수 없고 약간은 이해할 수도 있는 일들의 파노라마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때는 미래를 알고 싶었는데 이제는 절반 정도만 그렇습니다. 대략 알 것 같아요. 이런 정신상태, 별로입니다. 감탄도 감동도 감사도 잊고 있으니까요.
아버지 뵙고 가는 길, 마음은 또 요동칩니다. 그렇다면 어쩔 것인가. 오늘의 소소한 즐거움과 당연하지 않은 평범함에 감사하려고요. 방법은 인지했던 것을 깨우기. 나는 죽는다, 당신도 죽는다, 이런 인식은 순간을 무한가치로 만들어줍니다. 부탄 사람들의 행복도 1위의 비밀이 그것이라고 해요. 하루 몇 번씩, 나는 죽는다고 되뇐다고요.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졌냐면 그런 건 아니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최대한 즐기자는 태도로 약간 수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