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과 값이 좋다. 가장 중요한 덕목이야 맛이지. 달콤 새콤 그리고 아삭한 식감, 풍성한 과즙. 그런데 이름이 못난이라니, 보조개라니. 사과를 꺼낸다. 보조개가 많기도 하네. 그런데 거뭇한 구멍도 있다. 심상치 않다. 구멍 옆으로 칼집을 낸다. 사각, 하는 소리와 함께 공기 중으로 번지는 향기. 그리고 길게 난 실금 틈으로 벌레 한 마리!
나도 놀라고 벌레도 놀라고 사과는 이미 놀라서 기절한 상태. 비명 지르는 대신 벌레의 몫을 넓게 잘라주고 나머지 부분을 천천히 먹는다. 내 사과를 벌레가 먹었다고 할까, 벌레의 사과를 내가 먹었다고 할까, 사과의 사과를 내가 먹었다고 할까. 아무튼 맛있고, 벌레보다 내가 훨씬 많이 먹었다.